청각장애인 박모(67·청각장애 2급)씨가 민중의 지팡이인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장애인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채종걸)는 15일 항의 성명을 내고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건을 5일간 보고조차도 하지 않았으며, 그 후의 수사 조치 역시 자기식구 돌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는 엄연한 인권침해이며 경찰관의 민간 폭행 과실치상이 아닌 살인미수 행위"라며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검찰, 국회 등 관련 모든 감독기관들은 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대표자를 포함한 진상규명 위원회를 구성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단순 사건으로 해당 경찰관의 징계가 아니라 보고라인의 책임문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더불어 정중한 사과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 대표단체인 한국농아인협회(회장 변승일)도 15일 항의 성명을 내고 "인권보호수사 준칙의 제3조 '가혹행위금지' 1항을 보면 '어떠한 경우에도 피의자등 사건 관계자에게 고문 등 가혹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 준칙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잘 지켜야할 경찰이 피의자인 장애인에게 가혹 행위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아인협회는 특히 "피의자가 청각장애인인 경우 관할 수화통역 센터로 연락을 해 수화통역사를 호출하는 것은 경찰 내부 지침에도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또한 형사소송법에도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 농아인협회는 "남대문경찰서 경찰들은 이러한 내부 지침조차 이행치 않고 술에 취한 취객이라는 이유로 경찰서 밖으로 내몰며 신분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농아인을 밀어내고 주먹으로 안면을 구타한 것은 민중의 지팡이로서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농아인협회는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고 의혹도 제기했다.

협회는 "경찰은 박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119에 신고하였으나 사건이 발생한 닷새 뒤에 부랴부랴 늑장 수사를 시작하였으며 가족들에게 사건을 알려주지도 않았을 뿐 더러 근무했던 경찰들은 상관들에게 그 날 사건에 대한 보고조차 없었다"며 "이는 경찰 측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아인협회는 끝으로 "박씨와 관련된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청각장애인 박씨를 폭행한 경찰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 줄 것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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