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인공지능 휠체어 개발자. ⓒ정봉근

얼마 전 한국의 시각장애인협회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 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셔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보조인 지원 제도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미국은 의료사회보장제도(Medicaid)의 도움으로 장애인의 수발을 보조하는 활동보조인 제도를 마련했고 이에 필요한 지원금을 주 정부에서 부담하고 있다. 당연히 장애인이 원할 때에는 가족 중 한 명을 활동보조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장애인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터라 더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어떻게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모색할 때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이나 인간 중심의 사고를 중요시하기 보다는 제공되는 서비스를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에 실제로 서비스를 지원받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불편함이 발생해도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생산 국가이지만 장애인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애인 편리 상품을 개발한 기업도 없을 뿐 더러 장애인의 날이 가까워지면 어떻게든 장애인 행사라는 푯말이 대문짝만하게 걸린 플래카드 앞에서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을 찍어대기에 바쁘다. 이와는 상반되게 미국에서는 세계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 과학 기술 연구소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첨단 보조공학 제품을 쏟아 내고 있다. 이는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한 일시적인 홍보 행사나, 홍보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우리 누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또는 불의의 사고로 언제든지 노출 될 수 있는 장애를 미리 예측하고 장애로 인한 기능적 제한을 최소화해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기 위한 인간 중심적 사고, 인간 중심적 개발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인공지능 휠체어를 사용해서 음성 명령을 내리고 있는 체험자. ⓒ정봉근

미국의 천재 과학자들이 모인 MIT, 그곳 우주공학연구소에서는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최신 보조공학 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휠체어다. 우주선을 만들고 로켓 실험에 바빠야 할 이곳에서 무슨 일일까?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에 가장 많은 제한을 가지는 우주 공간 그곳에서는 모두 지구에서처럼 걸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 우주인 모두가 장애인이 되는 순간이다. 첨단과학 기술은 인간이 우주공간에서 가지게 되는 기능적 제한을 극복하고 우주 공간에서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기술은 바로 이동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로 바로 상용화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인간 중심의 개발 사고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 휠체어는 장애인이 평상시에 즐겨 찾는 장소를 입력한 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서 음성 인식 장치를 통해 명령만 하면 전동휠체어가 원하는 곳에 알아서 대려다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루 일정을 입력해 두면 시간에 맞춰서 직장에 늦지 않게 회의에 늦지 않게 이동을 할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동력 장치는 머지않아 음성 인식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무인 이동 시스템의 기초 기술을 마련한 셈이다.

결국 미국 정부, 대학, 연구 기관은 한시적인 홍보성 지원이 아닌 궁극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불편함을 최소화 하고 누구든지 기능의 제한에 상관없이 편리하게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에 한해 수백억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첨단 공학기술은 인간 중심의 사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순한 제품의 기능 향상이나 첨단 기능을 먼저 고려한 후 소비자를 생각할 때는 이미 맞춤형 지원이 불가능한, 일부에게만 사용 가능한 상품의 개발에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 제품을 개발할 때 먼저 이것이 얼마나 돈이 될 것인지 따져보는 기업 중심적 사고는 장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조공학 상품의 개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한대의 휠체어를 개발하더라도 그것이 한 장애인의 불편함을 완벽히 해소하고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미래 보조공학의 동력이자 모델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상용화는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얼마 전 정부로부터 보조공학 기술 연구 및 개발 지원을 약속 받은 서울대 이상묵 교수, 지난 여름 서울대에서 이상묵 교수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보다 몸이 더 불편한 루게릭 환자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더 몸이 불편한, 기능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알아 가면서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사용 가능하고 편리할 수 있는 유니버설 보조공학을 생각해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정봉근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작업치료사, 보조공학사로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의 일상생활 변화와 이와 연관된 첨단기술을 장애학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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