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운영되어온 장애인작업장 비둘기의 집이 최근 갑자기 문을 닫았다. 비둘기의집으로 올라가는 통로. <에이블뉴스>

"20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는데, 이렇게 문을 닫아버리면 장애인들은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요? 우리를 좀 살려주세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장애인작업장 ‘비둘기의 집’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민모씨는 “비둘기의 집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비둘기의 집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 장애인작업장이다.

이 곳은 1986년 4월 장애인들에게 직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등록된 장애인기관 중 가장 역사가 깊다. 현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는 아동복지, 청소년복지, 장애인복지, 여성복지, 노인복지, 행려복지, 의료복지, 종합복지, 상담복지 등 각종 복지분야에 걸쳐 194개 등록단체가 있다.

비둘기의집은 시설책임자와 총무를 제외하고 총 8명의 장애인(청각장애인, 뇌성마비장애인, 소아마비장애인 등)이 일하며, 천주교 수녀들의 옷, 행주 등을 만들었다. 가톨릭회관 등의 매장에 납품했다.

이 비둘기의 집이 지난해 10월 14일 갑자기 문을 닫았다. 그곳에서 일을 하던 장애인들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고 있다. 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는 이들에게 퇴직금 몇 푼만 주었을 뿐, 향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비둘기의집은 문을 닫게 된 것일까?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장애인이 서울시에 제기한 민원을 들어보자.

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비둘기집에 근무하였던 지체장애인 민○○ 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저희는 지체장애인 근로작업장에서 근무했던 장애인작업장에서 일방적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것과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신부인 김○○ 신부가 폐업을 시켰고, 부회장 신부 이○○ 신부가 장애인들과 면담하면서 비둘기집 문을 열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유로는 근로대표자와 내부갈등으로 인하여 문제가 크게 들어나자 가톨릭사회복지에 회장 신부는 장애인분들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폐업을 시켜서 졸지에 근로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애버렸으며, 처음에는 한 달 동안 내부갈등 등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장애인들을 모두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번번이 말과 행동이 틀렸으며 우리들을 만나려 하지 않아 2007년 1월 8일 사회복지회에 오라고 해서 우리들은 희망을 갖고 찾아 갔으나 답변은 문을 열수 없으니 각자 알아보라고 말씀하셔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푼다고 하던 가톨릭사회복지 신부님이 무책임한 언행에 화가 나 민원을 상담합니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우리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거리의 노숙자들도 있는데, 노숙자보다 나은 형편이며 취업 못하는 것은 우리들의 사정이고 우리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고 하며 장애인분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비록 사정이 그렇다고는 하나 여러 단체 속에 근로시설에 일원인 장애인들에게 알아보고 힘써주겠다는 말은 없이 무조건 취지가 안 맞으니 문을 열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태껏 애써서 어려운 처지에서 근로하면서 일했던 저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리며 대표자의 부당한 행동과 상황들을 회장신부의 측근이라고 해서 덮어 버리며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던 장애인들 또한 저에 분노가 이루 말할 수 없어 상담을 드립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고 실질적으로 곪아 있는 어려운 처지에 장애인들에 의견은 외면해버리는 이중적인 모습들을 보고 느끼기에 상담을 하는 바입니다.

우편물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비둘기의 집 입구. <에이블뉴스>

이곳에서 일했던 장애인들은 ‘내부 갈등으로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적자라서 문을 닫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그동안 법인 설립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는 할 만큼 다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조금 어렵더라도 20년 동안 해왔듯이 열심히 하면 타개책을 찾을 수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문을 닫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똑같다고 항변했다.

갑작스런 직장 폐쇄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장애인들에게는 사망선고와 똑같았다. 지난해 결혼한 한 뇌성마비장애인은 갓난아기 우유 값도 없어 현재 동생에게 우유 값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현재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실업급여가 곧 끊길 예정으로 직장을 찾고 있지만 실제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청각장애를 가진 여성 1명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40~50대로 모두 나이가 많아 새 직장을 갖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비둘기의 집’이 다시 문을 열어 자신들을 받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체장애인 민씨는 “오늘 거래처에서 왜 납품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최종 결정을 내려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가슴이 아팠다”면서 “20년 동안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기 전에 빨리 대책을 마련해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운회 주교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사회의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고,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로서 또한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의견을 대변하면서 이 땅에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참된 세상을 이루고자 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또한 김용태 회장 신부는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사회 안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해왔다.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시고 함께하신 것과 같이 사회복지회도 늘 이 사회의 그늘진 곳에 조그마한 희망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신부의 말은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둘기의 집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병들고 아픈 어린양들을 따뜻이 보살피지 못하고 거리로 내치면 누가 도대체 보살피라는 말이냐’고 원성을 냈다. 아무리 복잡한 내적 갈등이 있더라도 작업장부터 폐쇄한 행동은 올바른 조치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리플합시다]2007년 황금돼지해, 장애인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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