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형진 정책팀장. <에이블뉴스>

[릴레이 기고]자립생활지원 제도화를 논한다-⑫

현재 장애계는 자립생활 운동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이제까지 한국사회의 장애인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고 있었음을 반증해 준다. 한국사회의 장애인들은 80년대부터 수용시설이나 집에서 시설장들과 가족들에 의해 억압 당해왔고 심지어 죽어왔는데 2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장애인은 이렇게 죽어가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장애계는 자립생활 운동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며 모든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몇 주 전 일어난 미성년자 활동보조 문제를 볼 때에 김도현씨의 주장대로 미성년자 자기 결정권은 분명히 보장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가 자기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활동보조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틀린 논리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장애인 교육권 투쟁에서 요구한 특수교육 보조인 제도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물론 미성년자 장애인 활동보조가 학교생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성년자 장애인 활동보조 논쟁이 나오면서 특수교육 보조인을 비롯한 교육권 문제가 장애계에서 작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90년대를 장애계에서 가장 쟁점인 장애인 노동권 투쟁은 자립생활 운동이 도입된 2000년대 초반부터 장애인 노동권 투쟁은 그 모습을 감췄다. 심지어 일부 장애계에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중증장애인은 노동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는 패배주의적인 발언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렇게 변화된 장애인 운동은 갈수록 체제 순응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회변혁 운동과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미래와 복지, 의료, 사회공공성까지 한번에 무너뜨릴 FTA(Free Trade Agreement)에 대해서 장애계는 고민도 못하는데 이는 장애운동이 교육, 노동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립생활 운동에 집중된 장애계가 자립생활 운동에 한 목소리를 내며 발전시키기는커녕 각자의 요구들을 주장하며 내부의 갈등만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활동보조인 제도만을 두고서도 장애인 부모회와 장애계, 정신지체인과 지체장애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랑이가 있다. 이는 활동보조 제도에 장애인 관련 모든 보조를 담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장애인 특수교육 보조원과 정신지체인 지원 제도(가칭) 등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전체 파이를 넓히는 것이며 우리의 운동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자립생활 운동이 곧 장애해방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교육권, 노동권 등의 투쟁과 세계화로 인해 위협받을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대중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서 더 큰 장애해방 투쟁의 바다로 나가는 의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은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형진 정책팀장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귀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안형진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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