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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자동차, 전동휠체어”

[연재]전동휠체어와 장애인의 삶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간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2-09 10:02:04
지난 12월 3일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서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간사.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12월 3일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서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간사. <에이블뉴스>
전 사고로 인해 지체장애인이 된지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서른 살의 이선희라고 합니다. 제가 전동 휠체어를 받기 전에는 활동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사회에 적응하기도 전에 접근성에 제재를 먼저 받았고 마음 놓고 외출한다는 것은 꿈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사회 속의 장애가 장애인을 만들어 버리는 사회적, 환경적 차별도 정말 참기 힘든 만큼의 고통과 시선 속에 살았습니다.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불이익을 당하고도 참아야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 여겨져 왔습니다. 누가 참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자신감의 결여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다 마음의 문까지 꽁꽁 잠가두고, 자신도 모르게 소외감과 무력감에 빠져 말 한마디 할 수 없었습니다.

불친절…난폭운전…승차거부

자기 자신만을 원망하면서 말입니다. 외출 한번을 하려고 해도 항상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매번 부탁을 하는 것도 미안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또 어떨 때는 갑작스럽게 올 수 없게 되었다는 연락이라도 받게 되면 약속은 잡혀있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속을 태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는 하는 수없이 택시를 이용해서 외출을 해야 하는 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 보다 더 참기 힘들었던 것은 운전을 하시는 분의 불친절한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참기 힘든 적이 많았습니다. 괜히 짜증을 내고 난폭 운전까지…. 그럴 때면 차라리 승차거부를 하고 내리는 게 낳겠다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기분도 우울하고 그래서 기분전환도 할 겸 이미지 사진을 찍으러 가려고 콜택시를 불렀고 택시가 도착했는데 기사 분이 차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기에 기사 아저씨를 불러서 말을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차에 좀 태워주시겠습니까?’ 그러자 그분은 가만히 차안에 앉아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오늘 허리가 아파서 도와줄 수가 없으니 다른 콜택시를 이용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정말 비참한 내 모습 때문에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나 추운 날씨였는지 모릅니다.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의 날씨에 밖에서 그렇게 떨고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좌절하고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화가 치밀었습니다.

내가 내 돈 내고 가고 싶은 곳을 가겠다는데 기사 분의 눈치만 보다가 그 날의 기분을 다 망쳐버린 적도 많았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말입니다. 항상 시간 약속에 늦어서 미안해야 했었습니다. 친구들과도 마음 놓고 선뜻 먼저 만나자고 얘기 할 수 없었고 내가 사고 싶은 물건 하나도 살수가 없어 시간에 쫓겨 가며 대충 사고 말았었습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가 생기고 나서는

▲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 추진연대 출범식에서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이선희씨. <에이블뉴스>
항상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보다가 막상 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만나자는 약속도 하게 되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쇼핑도 하고 그래서 조카에게 선물도 사다 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고른 선물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아마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보여지는데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지만 저에겐 아니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사회의 시선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이 항상 따라다니는 장애인 자신이 무언가를 혼자서 해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모를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내겐 참 힘겨운 날들이었습니다. 이제 전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자신감이 생겨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행복을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찾았으면 합니다. 중증장애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정말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전동휠체어는 우리들에게는 작은 자동차입니다. 참고로 전 이제 제주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에서 상담간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나의 삶은 보너스

정말 또 다른 하나의 삶을 보너스로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전동 휠체어가 있었기에 출퇴근에 구애받지 않고 제 생활을 영위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행복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바라고 있는 사소한 것에 대한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저는 전동휠체어를 받고 어디든 혼자 마음 편하게 활동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원한다면 어디든, 언제라도 자유롭게 아무런 제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중증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전동휠체어는 꼭 보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지난 12월 3일 한국사회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말하는 전동휠체어에 대한 수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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