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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는 타는 순간부터 내 다리”

[연재]서른 즈음에 얻은 자그마한 자유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서기현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2-12 10:34:17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에서 일하고 있는 서기현씨는 전동휠체어는 중증장애인에게 자유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에서 일하고 있는 서기현씨는 전동휠체어는 중증장애인에게 자유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에이블뉴스>
많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나의 몸을 휠체어에 싣고 타인이 밀고 끌어 움직이면 그저 편한 줄로만 압니다. 언덕을 올라갈라 치면 미는 사람의 숨소리 하나에도 신경 쓰이고, 조그마한 턱이라도 마주치면 미는 것에 들기까지 해야 하는 미안함에 쥐구멍을 찾곤 하지요.

게다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는 있지만, 내가 원하는 곳을 지나서, 원하는 곳에 머물다가, 원하는 때에 다시 가려면 ‘그’에게 부탁을 해야 합니다. 뭐 그게 대수냐. 익숙해지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것’을 얻기 전에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25살에 세상으로 처음 나왔지만…

저는 뇌성마비 1급인 ‘장애인’입니다. 사지마비에 언어장애도 미미하게 있고, 그래서 걷지 못하고 기어 다닙니다. 그나마 집에서는 발발거리고 잘 다닙니다만, 집 밖으로 나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휠체어 없이는, 그것도 밀어주는 사람 없이는 엎어지면 코 닿을 구멍가게조차도 가지 못하는 말 그대로의 ‘중증’ 장애인입니다.

이러한 제가 약 4, 5년 전에 운이 좋게도 직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출퇴근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숙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는 2주마다 택시를 이용하여 갔었고, 당연히 신변처리나 식사 등이 어려웠습니다. 25살 만에 세상과 부딪쳐야 했지만 제게 세상은 여전히 좁았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힘들었고, 어렵게 가더라도 극히 의타적이 되거나(차량봉사, 이동보조 등)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일반택시) 그런 상태로 3년여를 지내야했습니다.

어렵게 지내던 그때의 희망은 꿈은 바로 ‘전동휠체어’였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돈도 모았고 정보도 여기저기 특히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 참고를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의료보험에서 나오는 보조기 보조금도 5년 전 이후에 휠체어를 살 때 받은 적이 있다면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때까지 모은 돈과 개인적인 대출을 통해 힘들게 중저가의 그것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제 나이 28살에 말입니다.

전동휠체어는 타는 순간부터 내 다리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는 않아서, 자질구레한 사고도(아이 치어 울리기, 입간판 넘어뜨리기, 언덕 내려가다 굴러 떨어져 무릎 찰과상 등) 자주 냈고, 길이나 지하철 노선 익히기도 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은 작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전동휠체어는 타는 순간부터 제 다리였습니다. 저를 싣고 회사나 집, 번잡한 거리, 한적한 공원, 으쓱한 골목 등등. 오만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제게 자그마한 하지만 소중한 자유를 준 것입니다. 그때부터 제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더 활발하게, 더 진취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 결과로 전 직장생활에서는 출퇴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늘 불만이었던 기존의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더 나아가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 - 영화관가기, 산책하기, 쇼핑하기, 친척이나 지인들의 경조사에 참여하기, 등등 - 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전동휠체어는 자유의 시작, 바로 그것

▲ 지난 12월 3일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서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서기현씨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그러나 앞서 자유가 아닌 ‘자그마한’ 자유라고 한 것은 전동휠체어가 자유로움을 어느 정도는 주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제약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단 5cm의 턱 때문에 길이나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대중교통은 어려우니 지하철만 이용해야합니다.

왜냐하면 택시나 버스에는 전동휠체어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같이 탑승이 불가능하여 부득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지하철을 타는 것도 어렵습니다. 아직은 지하철 역사 전체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있는 역사로만 찾아다녀야합니다. 아니면 그나마 많이 설치한 경사형 리프트를 느리고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안전을 버려가며 타야합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장애인 콜택시라고 하여 미니 밴을 개조하여 (전동)휠체어가 가뿐히 들어갈 수 있도록 개조하여 운행하고 있습니다만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동휠체어가 중증장애인들에게 ‘자그마한’ 자유가 되는 이유는, 내 의지로, 내 목적에 따라,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음일 것입니다. 저에게 모든 중증장애인들에게 전동휠체어는 ‘자유’의 시작, 바로 그것입니다.

*이 글은 지난 12월 3일 한국사회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적용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말하는 전동휠체어에 대한 수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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