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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여행 ‘편의시설·몰인식’ 두 번 운다

여행정보 찾기 어려움, 시각장애인 ‘말타기’ 거부

“내 인생 바꾼 여행…소비자로서 당당히 대접받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7-13 17:59:51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가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2회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가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2회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휠체어가 숙소를 망가뜨리니까 다른 곳 가세요.”, “아니, 장애가 있으면 집 안에나 있지. 사람도 많은데 왜 밖에 나와서 피해를 줘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전국 장애인 185명을 대상으로 최근 SNS를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80.6%가 비용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편의시설 부재로 접근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47.3%는 지난 5년간 바다나 계곡을 가본 적 없었고, 89.6%는 그 흔한 워터파크도 한 번 가보지 못했다.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일상의 활력소지만,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고행’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2회 장애인아고라’에서도 한바탕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여행 못 가는 장애인, 나야나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이경 위원.ⓒ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이경 위원.ⓒ에이블뉴스
여행을 가기 위해 첫 번째 단계는 정보 찾기! 하지만 장애인들은 나에 맞는 정보를 찾기 조차 ‘산 넘어 산’이다.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인터넷에 여행정보가 굉장히 많은데 장애인에게 맞춤식으로 가공되어 알려주는 곳이 없다. 직접 업체에 문의하면 턱은 없는데 계단이 있다고 한다.결국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다"며 "이동수단 또한 콜택시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해있지만 연계 안 되는 문제는 직접 알아보고 일단 가서 맨땅에 헤딩 식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대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노인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정보는 제공하고 있지만 정보가 적다. 특히 이동권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편이다. 실질적으로 그 정보를 보고 욕구에 맞는 곳에 가기란 쉽지 않다"며 "기존 커뮤니티에 있는 정보가 오히려 좋은 경우가 많다. 누구든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코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의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도 "척수장애인은 화장실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변기도, 화장실 크기도, 턱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많이 다녀봐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좋은 여행지가 있으면 메모를 한 후에 찾아보고 직접 방문해 노하우를 습득하다 보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2살 자폐성장애인 딸을 키우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이경 위원은 발달장애인여행을 떠나려면 보여지지 않는 편의시설, 접근성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발달장애인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오늘 구글을 통해 알아봤더니 서울시가족지원센터 안내가이드 뿐이 없다. 그 마저도 발달장애인 기본적인 정보에 그쳤다"며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하는지 내가 원하는 정보를 결국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동국 사무국장,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현수 사진작가,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문경희 이사.ⓒ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동국 사무국장,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현수 사진작가,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문경희 이사.ⓒ에이블뉴스
TV,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져서 알맞은 여행지를 찾아서 떠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여행지, 하지만 모든 여행이 ‘해피엔딩’은 아니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동국 사무국장은 "평소 사진 찍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먹는 것을 좋아해서 먹방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뇌성마비장애인들은 아무리 활발하더라도 낯선 곳을 가면 편견 때문에 걱정하게 된다"며 "그냥 나 밥 먹으러 가는데 나가시라는 경험이 많다"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현수 사진작가는 "몇 년 전 제주도 우도를 가서 말 타는 체험이 있기에 하려고 했는데 말주로부터 거부당했다. ‘낙마 사고’가 있을 경우가 있고, 낙마사고 있으면 돈을 물어줘야 돼서 체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사실 시각장애인여행가서 풍경이 좋다보다 주로 체험을 즐기는데 거부당해서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문경희 이사는 "여행을 통해 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전동휠체어를 탄지 17년이 됐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서야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여행을 갔을 때는 너무 무서워서 집에 유서까지 써놓고 갔다"면서 "여행은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여행을 가기란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건 마찬가지. 문 이사는 "저는 활동보조인이 없어도 여행을 갔다 올 수 있지만 더 중증이신 분들은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보조인의 경비부담이 너무 커서 여행지에서 활동보조인을 매칭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여행지에서 바로 매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홍서윤 소장, 곰두리여행 박윤구 대표.ⓒ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홍서윤 소장, 곰두리여행 박윤구 대표.ⓒ에이블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즐겁다. 편의시설이 미비하고 인식이 부족하다고 떠나지 않는다면 결국 내 손해가 아닌가?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찾아 일단 떠나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홍서윤 소장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여행을 모두 똑같이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 사람이 갔던 루트를 추적하려고 한다"며 "나는 관광스타일인지, 휴양스타일인지 어떤 여행스타일을 고민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면 여행 두려움 자체가 풀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 소장은 “여행은 복지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정부가 만들어줘도 사용자가 없으면 사라진다”며 “복지적인 마인드를 버리고 장애인여행에서 소비자로 당당히 대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곰두리여행 박윤구 대표는 "세계에서 편의시설 잘 되있는 도시는 바로 서울이다. 장애인들이 더 여행에 참여하고 자꾸 접근하면서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수요가 너무 적다"며 "관광지에서 휠체어를 대여 하려고 하면 찾는 사람이 하도 없어서 박스에서 새 것을 뜯어주거나 녹은 슨 것 밖에 없다. 소비자로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자꾸 나서서 오히려 서비스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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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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