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8일째…중증장애인 24명 삭발
중증장애인들, 9개월 만에 또 다시 삭발투쟁
활동보조서비스는 권리…장관은 약속 지켜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1-31 20:24:19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중증장애인의 처절한 아픔을 날려 보낸다.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도 날려 보낸다. 후배 장애인들에게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 버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버리겠다.”
“지난해 삭발을 결의하고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삭발을 피하고 싶었다”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사무국장은 ‘살아계셨을 때 어머니가 빗어주기를 좋아하던’ 그 머리카락,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관리가 힘들어 짧게 유지해왔던’ 그 머리카락을 다시 잘랐다.
최씨는 지난해 4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29일째 노숙농성을 벌이던 중, 동료 중증장애인 38명과 함께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도화를 촉구하면서 삭발을 했었다. 그때 자른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 예전의 헤어스타일 찾은 9개월 만에 다시 삭발의 아픔을 선택한 것이다.
9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삭발의 아픔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를 점거하고 8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에 무대를 설치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 권리쟁취를 위한 전국총력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씨를 포함해 24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활동가 남병준씨는 “활동보조인서비스 권리 쟁취를 위해서 시설에서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기르지 못한 채 살아왔던 중증장애인들이 이제 예전의 머리스타일을 선택했다”고 삭발농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24명 중에는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증장애인 7명도 동참했다. 이중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활동가 문명동씨는 “단식농성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 알았으면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싸워서 활동보조인서비스 권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 사회를 맡았고, 삭발농성에도 동참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부회장은 “중증장애인들에게 밥을 못 먹게 하고, 머리카락까지 깎게 만들고 있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이냐”고 꼬집었다.
"끝까지 싸워서 우리의 권리 찾겠다"정부를 향한 중증장애인들의 비판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됐다. 단식농성을 벌이다 탈진해 단식농성을 중단한 한국사회당 장애인위원회(준) 박정혁씨는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인서비스에는 중증장애인의 권리가 빠졌다”면서 “이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진짜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아니라 ‘짝퉁’ 활동보조인서비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8일째 밥을 굶은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진흠 소장은 “나는 ‘차상위 200%’ 안에 들지 못해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나에게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생명과 같은데, 나는 받을 수가 없다. 끝까지 싸워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단식농성자 중에서 최고령인 54살의 대구장애인생존권연대 박명애 공동대표는 “기저귀 차고 어머니가 사다놓은 우유 한통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집안에서 사는 삶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활동보조인제도를 통해서 우리도 가고 싶은 곳 가면서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우아하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유시민 장관, 월 80시간으로 활동 제한해야”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 관계자들도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김병태 장애인위원장은 “유시민, 노무현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활동시간을 월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발의하겠다”고 말했고, 한국사회당 조영권 서울시위원장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월급을 월 80시간으로 제한하자”고 말했다.
이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4일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벌여온 공동투쟁단 대표자들과 면담을 갖고,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상한시간을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는 4월부터 적용될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이를 반영하지 않고 월 80시간으로 상한선 제한 규정을 도입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공동투쟁단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유시민 장관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생존권적 권리이며, 이것을 보장해야할 책임이 유시민 장관에게 있다”면서 “오늘 우리가 삭발을 하는 것은 우리의 투쟁이 권리로 보장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유시민 장관의 책임을 묻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단식농성 8일째를 맞은 31일 현재까지 탈진해 쓰러진 중증장애인은 25명 중 8명이다. 현재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요구사항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중증장애인 권리로 인정하고, ‘대상제한 폐지’, ‘생활시간 보장’, ‘자부담 폐지’ 등의 원칙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삭발농성자 명단(총 24명)=최진영(뇌병변1급/ 단식자/여/서울), 박홍구(뇌병변1급/서울), 서기현(뇌병변1급/단식자/서울), 배덕민(뇌병변 1급/서울), 김운호(뇌병변 1급/단식자/서울), 김선심(뇌병변 1급/서울), 김정(뇌병변 1급/서울) 이기호(뇌병변 1급/서울), 문명동(뇌병변 1급/단식자/서울), 최강민(뇌병변 1급/단식자/서울), 박현(지체 1급/서울), 김동수(뇌병변 1급/서울), 박정혁(뇌병변1급/서울), 이진흠(뇌병변 1급/단식자/인천), 신영노(뇌병변 1급/인천), 안현범(뇌병변 1급/인천), 안명훈(뇌병변 1급/단식자/인천), 김덕중(지체 1급/인천), 이창준(지체 1급/군산), 김용원(지체 2급/광주), 서명석(뇌병변1급/경기), 노금호(지체1급/대구), 류재욱(남/뇌병변 1급/대구), 이민성(남/뇌병변 1급/부산)
[리플합시다]2007년 황금돼지해, 장애인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소장섭 맹혜령 기자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