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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여성 표적 성범죄 매년 되풀이

대전고교생 16명이 집단성폭행…분노 들끓어

성폭력특례법 개정, 수사기관 인식교육 ‘시급’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12-30 12:06:25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등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고교생 16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등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고교생 16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2010년 결산]-⑤대전성폭행

다사다난했던 201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에이블뉴스는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0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올해 장애인계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마지막 순서는 5위 대전성폭행.

지적장애를 가진 의붓딸을 석 달 동안 9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 ‘지적장애 여학생(16)을 유인해 성폭행한 남성’, ‘지적장애 여 제자(18)를 자신의 집 등에서 성폭행한 교사’, '초등학생 2명이 빈 교실 등에서 지적장애 3급의 여학생 성폭행', '20대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한 70대 노인', ‘지적장애 초등학생(11)을 수개월간 성폭행한 남성.’

올 한해 지적장애 여성 및 아동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폭행 사건들이다. 지적장애 여성의 성폭행 사건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 문제점이 더욱 심각하나,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미약하다.

특히 올 하반기 발생한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하 대전 성폭행 사건)’은 성범죄의 표적이 된 지적장애 여성의 현실과 그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행태를 여과 없이 드러내 큰 충격을 안겨줬다.

화장실, 옥상 등으로 불러 집단 성폭행 ‘충격’

대전 성폭행 사건은 지난 5월부터 한 달 동안 고등학생 16명이 지적장애인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 한 사건이다. A(17)군 등 3명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B(15·지적장애 3급)양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건물 남자화장실로 유인해 B양을 성폭행했다.

이후 A군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B양의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알려줬고, 고등학생 16명이 번갈아가며 B양을 성폭행했다. 이들은 B양을 끊임없이 불러내 상가 화장실이나 아파트 옥상, 노래방 화장실 등 구석진 곳으로 끌고 다니며 성폭행을 일삼았다.

대전경찰청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최영희(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5월 25일에서 6월 20일까지 약 25일 사이 무려 13일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6월 12일에서 20일까지 피해자는 단 하루만 빼놓고 매일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 내막은 B양이 학교상담실을 통해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됐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가해 학생이 미성년자인데다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이 행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소설가 공지영 “이게 제정신으로 하는 짓?” ···· “엄중 처벌하라”

불구속 입건 사실이 알려지자, 장애인계와 국민들은 거세게 분노했다. 특히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불구속 입건 내용은 사법당국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무지함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들로 가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주영(한나라당) 의원은 10월 18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지적장애 3급이면 의학적으로 4~6세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돼 성관계에 대한 인지능력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공지영은 10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이게 제정신으로 하는 짓일까요? 이 나라에서 딸 키울 수 있나요?”라며 가해자의 불구속 입건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0월 13일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집단성폭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학생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또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가해학생 16명의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으기도 했다.

경찰에 불구속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론의 질타를 받자,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고 ‘시민 의견과 검찰판단’을 이유로 이 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A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같은 달 29일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영장 발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시민의 법 감정만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들의 합의가 있었고,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있는 부분도 영장 기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이후 B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전학을 갔다. 하지만 16명의 가해 학생들은 버젓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또 다시 피해자 B양만이 상처를 입었다. 이처럼 만연한 지적장애 여성 성범죄를 해결 할 방안은 없는 걸까.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성폭력특례법' 개정 필요, 수사기관 인식교육 시급

시민단체 등은 우선 성폭력특례법 6조(장애인에 대한 간음)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폭력특례법 6조에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간음, 추행’에 대해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없고, 진술을 번복해 ‘항거불능 상태’임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6조 내용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예시를 넣어 마땅히 장애로 인한 저항의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포괄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명시된 ‘항거불능’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수사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특성상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표현하거나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경찰.검찰청의 수사방식에 더욱 위축되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다른 비장애 피해자와 동일한 수준의 진술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의 사법기관에 대한 장애 인식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적장애 특성에 맞는 수사 환경 개선 및 방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밖에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왜곡된 성인식,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낮은 인식과 양형문제, 성폭력 예방 교육 부족 및 왜곡된 인터넷 문화, 사회적 지원체계 부족 등의 문제도 지적장애 성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2010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정신적 장애를 가진 여성 100명 중 3명이 성폭행이나 성폭행 미수 피해를 경험했다.

성폭력 사각지대에 놓인 지적장애여성을 보호할 대책이 빠른 시일 마련돼야 할 절박한 현실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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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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