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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편의증진법 장애인 안전 위협

화장실 설치 편의증진법 악용 심각

점자블록 설치기준 재질규정도 없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0-10 15:37:28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기둥 앞에 설치된 점자유도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오히려 방해를 주고 있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기둥 앞에 설치된 점자유도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오히려 방해를 주고 있다. <박종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규정 미비로 오히려 장애인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유시민(개혁국민정당) 의원은 10일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편의증진법이 지난 98년부터 시행돼 벌써 6년이 다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정이 미비해 오히려 장애인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실에 맞는 개정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의원이 제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편의증진법상 점자블록의 색상은 원칙적으로 황색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설치 기준이나 제품 재질에 대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은 우천시 시각장애인과 목발사용 장애인이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높으며 맑은 날에도 빛의 반사가 강해 저시력장애인의 보행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인천공항, 김포공항, 두산타워 앞 횡단보도 등에 이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천안아산고속철도역사나 명동지하철역상가에 설치된 대리석 점자블록은 바닥과 동일한 재질과 색상의 대리석으로 설치돼 있어 저시력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영등포역 지하상가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기둥 앞에 설치돼 시각장애인들이 기둥에 부딪쳐 다칠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편의증진법에서 의무설치시설에 장애인화장실이 하나 이상만 있으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안산의 대형할인마트의 경우 장애인 화장실이 1층에 하나만 있어 장애인들이 쇼핑하다 용변이 급하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최근 이러한 지적을 받은 이곳은 편의시설을 새로 설치했다. 또한 63빌딩의 경우 장애인 화장실 안내표지가 없었으며 대변기 설치 면적과 세면대는 편의증진법상의 규정에 미달했다. 심지어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청소용구를 쌓아두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 장애인 편의증진법의 미비함을 지적한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 <에이블뉴스>
이와 함께 지하철이나 육교에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중 법규에 규정되지 않은 제품이 있어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림역 앞 육교와 수원역사 앞 육교는 법규에 규정돼 있는 않은 스크루 방식 엘리베이터로 장애인들의 위험을 담보로 운행되고 있으며 소음이 심해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었다. 특히 신도림역 앞 육교는 관계 당국의 허가도 없이 1년이 넘도록 운행했으며 수원역 앞 육교는 허가 없이 운행되다 지적을 받고, 최근 운행 정지된 상황이다.

또한 천안아산고속철도역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유압식으로 이용자가 많으면 기름이 끓어 자주 멈춰 장애인들의 불편과 불안을 야기하는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품은 4호선 총신대역에도 설치됐다가 하루 10회 이상 정지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설비이다.

이같이 장애인 편의시설들이 장애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관리와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가 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2월 말 현재 편의증진시설의 설치율은 98%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비대상 편의시설 수는 전국적으로 27만여 개소에 불과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이 대형시설이나 공공기관으로 장애인들의 실제 이용빈도가 높은 주택이나 소규모 점포 등은 제외돼 있어 장애인들이 느끼는 체감설치율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6년 동안 편의시설 설치 시행명령의 불이행으로 인해 복지부가 징수한 이행강제금이 15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법규조차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행정 당국의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설치기준의 현실적 개정과 설치 대상수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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