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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발달속도 못 따라오는 휠체어리프트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이용자 대폭 증가

수동식휠체어 기준에 맞춘 리프트 생명 위협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11-19 19:22:53
 지난 9월 23일 종로3가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현장조사를 나간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사고 리프트를 쳐다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9월 23일 종로3가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현장조사를 나간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사고 리프트를 쳐다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발산역 휠체어리프트 참사 승소 의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휠체어리프트를 전동스쿠터를 타고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고 윤재봉씨의 아들이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이유 없다고 기각했으며 사고의 책임 소재가 쌍방에게 있으나 90%의 책임이 도시철도공사에게 있음을 주지하며 원고에게 8천87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윤씨의 사고이후 장애인계가 끈질기게 관계당국의 책임을 촉구하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발뺌을 해오던 관계 당국에게 편의시설 안전대책 마련의 중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휠체어의 발달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휠체어리프트의 문제점을 지적해냈다는 데서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수동휠체어 기준에 맞춰진 리프트

사고가 발생한 발산역 휠체어리프트를 비롯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모든 휠체어리프트는 수동형휠체어 이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리프트는 장애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기계로 치부되고 있다.

지하철 리프트의 규격은 제작 회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탑승 받침판의 길이는 105cm 내외, 폭은 76cm 내외이며, 한계 중량은 250kg 정도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스쿠터의 길이는 110cm~120cm, 폭은 60~61cm, 중량은 70~80kg 정도이다. 특히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의 경우, 그 제품의 모델이 매우 다양하며 제품에 따라 중량이 100kg이 넘어가는 것도 상당수다. 전동스쿠터나 전동휠체어는 리프트 이용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각 지하철역에서는 ‘이 휠체어리프트는 수동식 휠체어 전용시설입니다’ ‘전동스쿠터등 규격품이외의 보조기구를 이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자 또는 역무원의 협조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놓고 있다.

문제는 리프트의 이동속도가 매우 느려 리프트를 타고 오르내리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장애인들에게 추가적으로 역무원을 부르는 시간적인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지하철내에는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전담인력도 없어 장애인의 호출을 받으면 다른 업무를 보다 역무원이나 공익근무요원이 부랴부랴 달려와야 하는 실정이다.

잦은 사고…대책 없는 관계당국

윤재봉씨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매일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보호자 없이 혼자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체 휠체어리프트는 고장이 잦기도 하지만 최근 수동휠체어보다 중량이 무거운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이용자들이 리프트를 이용하다보니 고장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사고발생률도 더욱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01년 2월 발산역에서는 윤씨의 추락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때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던 김모씨는 휠체어리프트의 램프를 넘어 계단에 추락해 두부골절상을 입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이외에도 99년 6월 혜화역, 2000년 10월 종로3가역, 2001년 7월 영등포구청역, 2001년 9월 고속버스터미널역 등에서 전동스쿠터가 램프를 넘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다. 한편 소비자보호원은 지난 2001년 5월 도시철도공사 등이 운영하고 있는 39개 지하철역에 대한 휠체어리프트 안전실태 조사 후 조사대상 역 중 51.3%가 휠체어리프트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전동스쿠터가 램프를 넘어 추락하는 사고에 대해 안전대책을 강구하도록 통보했었다.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연대회의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에서도 지하철 리프트 안전대책 마련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도시철도공사 등에서는 대책마련을 소홀히 해왔다. 재판부는 발산역 사건의 판결문에서 “사건 휠체어리프트는 수동휠체어 이용을 전제로 설치된 것으로 실제 유사한 사고를 당한 사실이 있다”며 “리프트를 관리,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로서는 전동스쿠터 이용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해안전장치를 보완하고 역무원들의 보호를 받게 하는 등 사고의 재발을 방지해야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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