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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 하락, ‘궁핍한 삶’ 전락

장애인연금 못 받아 매월 30만원으로 생활

‘눈’으로 하는 센터 자문의 ‘직접진단’ 불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3-15 17:41:18
지난 8일 오태수(49)씨 통장에는 32,758원만이 남았다. 오씨는 이 돈으로 기초생활수급비가 들어 오는 20일까지 약 12일을 버텨야 한다고 했다. 오씨네 집 쌀독은 바닥을 드러냈고, 냉장고에는 반찬 대신 물병만 가득하다. "3만원으로 최대한 버틸라면 집에만 있는 게 상책이다." 오씨가 이런 궁핍한 생활을 한지도 벌써 석 달째. "멋 모르고 장애등급심사 받았다가 장애인연금도 못받는 꼴이 됐다"는 그는 복지부와 장애등급심사센터(국민연금공단 산하)가 실시하는 장애등급심사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신청한 게 실수였다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오씨는 다리가 불편하다. 7살 때 지붕에서 떨어진 오씨는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고 치료시기를 놓쳐 두 다리 전체에 염증이 퍼졌다. 다발성 관절염(결핵성·류마티스·퇴행성)에 의해 왼쪽 다리는 길이 53cm에서 성장이 멈췄고 힘이 없어 스스로 들 수 없다. 오른쪽 다리(70cm)는 왼쪽 다리보단 길지만 발 힘이 약하고 무릎 전체가 펴지지 않아 늘 굽은 상태다.
이 때문에 그는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그나마 집에선 왼손으로 바닥을 짚어 온몸의 힘을 지탱한 뒤 오른손으로 왼쪽 다리를 들고 오른쪽 다리를 움직여 겨우 앉은 채로 이동할 수 있다.

오씨는 또한 강직성척추염으로 허리가 굳어 온몸이 반달처럼 휘어져 바닥에 똑바로 눕지도 못한다. 이렇다 보니 작년 아내와의 헤어짐 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빨래·설거지 등의 살림은 너무나 벅차게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희소식이 날라왔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서비스'가 있다는 것. 지체 하지기능장애 1급이었던 그는 망설임없이 주민센터에 서비스를 신청했고 '등급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민센터 복지사의 말도 '오케이'했다. 그것이 '정부 불신'과 '절망'을 안겨주는 시작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걷지도 못하는 내 다리는 '2급인가' '4급인가'

오씨는 등급심사 절차에 따라 지난해 10월 20일 자주가던 의료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받아 주민센터에 제출, 접수했다. 의사는 '두 다리의 모든 3대 관절의 운동범위가 각각 50%이상 75% 미만 감소돼 지체(하지관절)2급에 해당되며, 강직성 척추염으로 흉·요추가 완전 강직돼 지체(척추) 2급에 해당된다'며 중복장애 1급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등급심사센터는 지난해 11월 16일 '중복장애 3급'에 해당된다고 심사 결정했다. 제출자료 및 소견서, 엑스레이 영상을 고려할 때 척추장애는 5급이며, 두 다리 3대관절 중 양측 슬관절 굴곡이 90도 정도 가능한 상태 등이 인정돼 하지관절장애는 4급이라는 게 이유였다.

오씨는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특히 "40년 넘게 걷지도 못했는데 하지장애 4급이 왠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하지장애'와 관련된 진단서 및 하지근력 등급이 담긴 소견서를 다시 센터로 제출했다. 센터는 자료보완을 재요구했고 오씨는 의사로부터 '근전도 검사를 시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보완서 등을 받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오씨는 의사로부터 "이 결과마저 못믿는다면 (심사센터가) 직접 평가하면 되지 않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눈으로만 평가하는 '직접진단'

오씨는 확실한 진단을 위해 심사센터 측에 직접 진단을 요구했다. 이에 연금공단 측 관계자 2명과 함께 심사센터 자문의사로 활동하는 대학병원 의사를 찾았다. 오씨는 좀 더 크고 전문적인 병원이라면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2시간 가량을 기다려 만난 의사는 기존 진료기록지 등의 자료를 토대로 오씨의 상태를 확인했다. 관절이 펴지는 정도 등을 눈으로 파악한 의사는 진단을 마쳤다고. 직접진단 자료는 심사센터로 보내져 다시 심사됐고, 오씨는 지난 1월 21일 최종 장애심사 결정서를 받았다. 결과는 '중복 4급'으로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직접진단이 이렇게 눈으로만 잠깐 보는 진단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문적인 검사를 시행하고 그걸 파악해야지, 기존 진료 서류들을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게 어떻게 직접진단이냐." 오씨는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달 30만원으로 생활‥"4급이면 걷게 해달라" 호소

등급심사 결과 등급이 하락된 그의 삶은 더욱 궁핍해졌다. 지난해 11월 심사센터로 '중복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오씨는 더는 장애인연금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매월 받던 15만원을 받지 못해 월 30만원 가량의 수급비로 한달을 버텨야만 한다. 이마저도 아파트 임대비·관리비 등으로 10만원 넘게 나가면 남는 게 없다. 오씨는 "물가는 오를대로 오르는데 이 돈으론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며 "억울한 마음에 다 찾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그럴 힘도 없고 나가면 돈만 들 뿐"이라고 토로했다.
처음 등급판정서를 받아들곤 억울한 마음에 심사센터에 전화는 물론, 직접 찾아가 "목발 짚고서라도 걸어야 4급 장애 아니냐. 4급 판정했으면 나를 걷게 해달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뿐이었다.

오씨는 지난 2일 두 다리에 대해 관절장애 4급이 나온 결과에 불복, 직접 쓴 의견서를 첨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청와대 신문고에 '장애등급심사'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글도 올렸다. "탁상공론만 하는 등급심사"에 대한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오씨의 바람과 반대로 올해부터 복지부는 등급심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 등급심사는 재판정 기간 도래 및 활동보조서비스·장애인연금 신청자 등에 한해 실시됐으나, 4월부터는 1-6급 신규장애인도 등급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의료기관(의사)은 장애등급판정 외 장애상태만을 장애진단서에 기재하게 된다. 결국 심사센터의 권한이 대폭 확대돼, 모든 장애판정을 단독으로 맡는 셈이다.

오씨는 "그저 책상에 앉아서 종이 쪼가리나 보는 심사가 얼마나 제대로 된 심사겠느냐"며 "결국 잘못된 판정으로 장애인의 가슴에 평생 상처 남는 일만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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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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