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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책 제안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0-16 13:54:06
1990년대 이후 지방자치가 본격화되고 지역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가치 인식이 제고되면서, 최근 각종 공공 혐오시설들의 입지에 대한 주민 반대운동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2002년 특수학교인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래 무려 17년 동안 특수학교가 신설되지 않고 있다가 올해 9월에야 나래학교가 첫 개교하였다.

현재 서울시내 특수학교는 총 30개인데 25개 자치구 중 8곳(양천·금천·영등포·용산·중구·성동·동대문·중랑)에는 특수학교가 아직 하나도 없다. 또한 2012년 이후 대전, 강원, 전북, 충남, 제주 등 5개 시·도는 공립 초·중·고 특수학교가 한 곳도 신설되지 않은 채 특수 학급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특수학교 신설이 어려운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최근 들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운동이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특수학교 신설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강서구에 2020년 3월 개교 예정인 서진학교 사례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17년 가을 서진학교 설립관련 제2차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였지만 주민들 반대로 파행을 겪었고, 급기야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교육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벗기기 위해 2016년 한해 동안 정책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특수학교 인접지역의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 변화율이 비인접지역의 변화율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특수학교 입지로 인해 인근 부동산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에서 주민 설명회가 있을 때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이 이러한 교육부의 연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특수학교 설립 반대 운동이 계속 펼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알아야 교육당국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직접 서울시내 특수학교가 실제로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를 분석(평가)한 결과 교육부의 연구 결과와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특수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평가해보기 위해 주변에 특수학교가 없는 아파트 구입(이사)을 위한 사람들의 지불용의액(지불의사금액)을 추정하였는데, 다른 모든 조건이 같고 단지 특수학교 존재 유무만 차이가 있을 때, 근처에 특수학교가 없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약 4,312만원~5,027만원을 기꺼이 더 지불할 용의(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지불용의액의 전체 평균은 약 -2,756만원으로 나타나 이 경우에는 오히려 주변에 특수학교가 있어도 아파트 가격만 싸다면, 싼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호가 반대로 나온 것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으며, 또한 특수학교가 근처에 있어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즉, 지불용의액이 4,312만원~5,027만원으로 크게 나온 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간에 편차가 크고 또한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극단적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서울시내에서 특수학교 반경 1,060m 이내에 아파트 단지가 존재하는 14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특수학교의 아파트 매매가격에 대한 영향을 추정한 결과, 서울시내 아파트와 특수학교간 거리가 1m 멀어질수록 아파트 가격은 약 8.5만원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수학교와 아파트간 거리를 더미변수로 치환한 분석에서도 특수학교에서 반경 310m 이내에 존재하는 아파트 가격은 통제집단(751m~1,060m 사이)의 아파트보다 8,353만원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학교가 주변에 있어도 높은 아파트 가격을 형성하는 일부 아파트는 분석에서 제외되었고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적인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연구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특수학교가 존재함으로 인해 서울시내 주변 아파트 가격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연구들을 토대로 특수학교 설립 전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사람들은 아직까지 특수학교를 비선호시설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곧 아파트 가격에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약 절반의 사람들은 특수학교에 대해 나쁘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간의 편차가 상당히 크고 또한 특수학교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극단적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특수학교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일부 특수집단에 대한 장애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더 이상 특수학교가 있다고 하여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여 홍보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 및 특수학교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바로잡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교육당국이 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수학교가 인근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면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불신(不信)할 확률이 높고 타당한 근거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단기적으로는 좀 더 현실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셋째, 비록 강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학령기(20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확률이 높고, 사람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특수학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학령기 자녀를 둔 중년층과 고(高)연령대에 대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특수학교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교육당국은 이러한 상생 사례를 찾아서 널리 보급하여야 한다.

둘째,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계 초기 단계부터 특수학교 설립 민관협의체를 구성・운영함으로써 설립 과정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따른 반대급부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육청 자체적으로 할 수 없는 범위의 요구에 대해서는 협의체에서 신중히 다루되, 되도록이면 학교내 시설의 공동 이용 쪽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특수학교 신설 지역에 그 지역 주민만을 위한 복지시설을 설치해주거나 주택 종 상향처럼 보상성 규제를 완화시켜 준다면, 이는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타 지역 특수학교 건립 시에도 특수학교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 인센티브를 제공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특수학교는 엄연한 교육시설이지 장애인 수용 시설이 아님을 지역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동네 미관을 해치거나 시끄럽게 불편을 주는 시설이 아님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장애 학생들의 우발적인 행동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비장애인에게 피해를 끼칠 확률은 극히 희박하고 오히려 특수학교 주변은 경찰의 방범활동이 강화되어 다른 동네보다 치안이 더 우수하고 범죄율을 훨씬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넷째, 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학습자 요구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설계되고 실시될 필요가 있다. 학습자 요구에 부응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설계되고 실행된다면 학생들의 호응도를 높일 수 있고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섯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비장애학생들의 입장까지 균형 있게 고려하여 중립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스스로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일방적 이해 강요나 장애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해서, 즉 외부 자극에 의해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가 있으니 무조건 이해하고 참아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배려만 비장애학생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모두에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여섯째, 부모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이해교육이 반드시 실시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의 대상에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도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 대상을 학부모 뿐 아니라 민간기관 종사자까지 넓히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검토가 요구되고, 모든 주체들은 교육 시 시간때우기식/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실질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특수학교가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논리로 설득할 것이 아니라, 장애 및 특수학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당장의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단기간인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사실을 직시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장애인식 개선 정책을 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특수학교를 일반학교와 다르지 않게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 글은 덕장중학교 특수교사인 이진식 님이 올해 8월 취득한 교육학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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