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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고아가 아니다?"
'장애인가족의 날' 개정을 바라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4-04 16:32:51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유흥주 위원장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유흥주 위원장
지금 장애계(障碍界)에서는 '당사자주의'라는 용어를 무척 많이 사용한다.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든지, 무엇을 보던지, 많이 접하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 귀에 못이(?) 박혔다.

모 기관지에도 '당사자주의'에 대해 지상(紙上) 논쟁을 하면서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지만 가끔은 아니 일부러 자주, 다른 생각을 해 본다.

그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이 땅에는 아무리 작게 잡아도 130만명의 장애인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 가족까지 합치면 520만명(4인 가족기준)이 장애라는 공통분모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는 400만 장애인과 1200만 가족을 주장하지만 말이다.

왜? 밑도 끝도 없이 이런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4월20일 장애인의 날이 다가 오기 때문이다.

지금 여러 장애인단체들과 그룹들은 각자 장애인의 날을 중심으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저마다의 특색 있는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어 많은 볼거리와 취재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위한 날의 행사가 한쪽으로 편향된 대상과 관점에서 치러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통령 영부인을 모시고 진행되는 행사부터 420차별철폐행사에 이르기까지, 아니 이름 모를 자조단체에서 진행하는 행사까지, 진정 장애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그래서 주인공이 되는 축제로서의 '장애인의 날'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매체를 비롯한 우리는 아직까지 많은 장애인들 중에 몇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장애를 극복한 '영웅'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개인의 성공으로 묘사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들이 작은 영웅들일지라도 대다수의 장애인들에게는 가정과 사회 공동체 속에서 성공하기까지 가족의 피눈물과 사랑하는 친구·봉사자들의 변함 없는 희생의 대가임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제는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 당사자와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봉사자들이 모두 함께 나누는 축제로서 확대되어 운영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켜지고 있는 4月 20日 '장애인의 날'은 험난한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통합을 적극 권장하고 격려하려는 본래의 취지를 지켜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장애인들을 사회와 비장애인으로부터 분리하는 장애인만의 특별한 날로 변질 돼버렸다.

특히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만을 위한 장애인들, 그들만을 위한 날이 되어 기념식만 하고 상만 받는 날이 됐고 전시효과뿐이라며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이에 장애인만을 위한 작은 범주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축제의 날로 바뀌어야 한다.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장애인 본인뿐만 아니라 곁에서 일생의 한으로 지켜보다 혼자 남겨질 자식 걱정에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부모들, 남편과 아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뒤에서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온 자원봉사자 그리고 그들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날로.

마지막으로 장애인만을 한정하는 듯한 '장애인의 날' 대신에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그리고 장애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주인이 되어 함께 축제에 참여하고 나눔으로서 자연스럽게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날이 되도록 "장애인가족의 날"로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유흥주 위원장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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