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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정이 녹아있는 책 한권
-구료 료헤이의 작품 '우동 한 그릇'-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3-11 17:31
 구료 료헤이의 작품 '우동 한 그릇'
▲ 구료 료헤이의 작품 '우동 한 그릇'
한달만에 만나는 에이블 뉴스는 새롭게 바뀐 기사들 만큼이나 모든게 새롭다. 오늘은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한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본작가 구료 료헤이의 작품 '우동 한 그릇'은 일본 국회에서 한 의원에 의해 낭독되었고, 그 후 일본열도 전체를 울려 '눈물의 피리'라고 불려졌던 화제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섣달 그믐날 밤, 우동집 북해정에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온 여인이 머뭇거리며 '우동을 한 그릇만 시켜도 되느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 모자의 어려운 처지를 눈치챈 여주인은 주방에 '우동 일 인분'이라 크게 외치고 주방에선 일 인분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끓여낸다. 세 모자는 다음해 섣달 그믐날 밤에도 우동 두 그릇을 시켜 나눠먹고 간다.

우동집 주인은 섣달 그믐이 오면 그들이 항상 앉던 자리를 '행복의 테이블'이란 이름의 예약석으로 비워둔다. 그러던 중 가난한 그 아이는 우동집 주인의 따사로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자신도 이다음에 우동집 주인이 되겠다는 글을 지어 글짓기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섣달 그믐날 밤이 되어도, 세 모자는 그 우동집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섣달 그믐날 밤, 흰머리의 부인과 건장하고 훤칠한 청년 두 사람이 들어왔다. 북해정의 주인은 옛날의 그 세 모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동 세 그릇을 주문하기 위해 그 먼 옛날의 우동집을 다시 찾은 것을 안 주인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며 힘차게 '우동 세그룻' 이라고 소리친다.

'우동 한 그릇'은 작은 배려라도 어려운 가족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를 줄 수 있는가를 잔잔하게 보여 주고, 홀어머니의 힘으로 자식 둘을 성공시키기 위해 쏟은 모정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데도 항상 그 자리를 비워둔 주인의 모습은 멀리 나간 자식을 위해 따뜻한 밥을 아랫목에 묻어둔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우동 한 그릇'은 잔잔한 감동으로 우리의 가슴을 따듯하게 하였다.

물질만능에 빠져 차갑고, 인정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우동집 주인과 세 모자가 나누는 정은 이 세상을 가치 있게 사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북해정의 주인은 단 한 그릇을 주문하는 손님도 반가워하면서 세상은 이렇게 사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꺼진 화롯불에 다시 불을 붙이고 우동 한 그릇에 애정을 실어보내는 우동집 주인은 겸손함과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우게 하였고, 돌아가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세모자의 마음은 보답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주위 사람들에게 우동집 주인이 넣어준 한 덩이 반의 우동사리같은 것이 되도록 항상 내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우리 이웃에게 작은 배려가 되고 용기와 기쁨을 주는 우리들의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둔다.



최명숙 (cmsook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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