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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걸어와', 시각장애인 '이쪽으로'
장애인들이 털어놓은 의료진 ‘인식 부족’ 현실
복지부 실시 ‘의료진 이해교육’ 실효성 있도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4-19 17:20:22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의료서비스 접근 및 이용실태’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의료서비스 접근 및 이용실태’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전동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에게 “걸어와달라”고, 시각장애인에게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요? 걸어올 것이면 휠체어를 왜 굳이 ‘낑낑’ 힘들게 타고 왔으며, “이쪽”이란 것은 대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병원을 찾은 장애인들이 의료진으로부터 받은 ‘상처’입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의료서비스 접근 및 이용실태’ 장애인 아고라를 개최했는데요. 이날 아고라에서는 장애당사자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장애인들은 건강하지 못 합니다. 국립재활원의 2016년 장애인건강통계에 따르면, “나는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장애인은 1.3%뿐인데요. 건강하지 않으니 당연히 병원을 가야할테지만, 장애인들은 착하지 않은 의료서비스 때문에 문턱에서 몇 번이고 주저앉습니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오영철 소장, 발달장애인 이현우씨,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김형희 대표.ⓒ에이블뉴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오영철 소장, 발달장애인 이현우씨,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김형희 대표.ⓒ에이블뉴스
"엑스레이 찍을 수 있게 일어서세요" 뇌병변장애 1급인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오영철 소장은 지난 2011년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기 전 병원에서 이 같은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몸을 심하게 떠는 오 소장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왔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서달라”라고 했던 겁니다. 너무 황당해서 “나 못 일어섭니다”라고 결국 실랑이까지 했다는데요. 오 소장은 “아직까지 의료종사자 분들의 인식이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날 오전 감기에 걸려 이비인후과에 들렸다는 자폐성1급 장애인 이현우씨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물론이고, 진료를 받으러 온 비장애인에게 까지입니다.

이씨는 “병원에 혼자 가서 ‘이현우’라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오래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들어갔다”고 했는데요. 먼저 왔는데도 다른 아이엄마와 아이가 진료실로 계속 들어가자 화가 난 이 씨는 소리를 질렀답니다. 이후 슬슬 피하는 비장애인 모습에 자존심도 상하고, 의사선생님도 대충 하시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12살 딸아이를 키우는 여성장애인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김형희 대표는 임신 당시부터 ‘산 넘어 산’이었답니다.

개인병원에 가서 ‘척수장애’라고 했더니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합니다. 조금 씁쓸했지만 어쩔 수 없죠. 예약도 힘들다는 서울대병원에 한 달 전 예약을 해서 겨우 찾았더니 이번에는 진료실이 너무 좁습니다. 전동휠체어가 도무지 들어갈 수 없어 검사실에는 남편이 검사실 밖에서부터 안아서 들고 가야 했습니다.

김 대표는 "아이를 낳고 사후관리 차원에서 유방암, 자궁암 검진을 받으려고 했더니 검사실이 서서 걸어 다니는 분들이 옆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좁다. 다양한 검사가 있지만 여성장애인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장애인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윤도균 대의원, 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 박재흥 천안시지회장,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에이블뉴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윤도균 대의원, 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 박재흥 천안시지회장,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에이블뉴스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서 투석을 받아야하는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윤도균 대의원도 의료진의 이해와 서비스 부족으로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습니다.

투석을 하지 않으면 숨이 차고, ‘퉁퉁’ 부어 손가락을 누르면 살이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는 윤씨. 윤씨는 “병원에 가서 투석기계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더니 의무적으로 피검사를 해야 한다면 12번을 피 뽑았다. 투석기계를 돌려주면 괜찮다고 요청해도 듣지 않았다"며 "7시간이 넘어서야 투석할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 박재흥 천안시지회장은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황당한 의료진의 말을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분명 밝혔는데 의료진 머릿속에는 지우개가 있나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이쪽’은 도대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박 지회장은 “병원을 왜 왔나 싶을 정도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 종합병원조차도 마찬가지다"라며 "제대로 된 장애인식개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청각장애인인 김치완 양천구수화통역센터 농수어강사는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번거로운 진료 서비스 체계 등을 토로했습니다.

마침 이날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의료종사들을 위한 ‘장애이해교육’을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12월 30일 시행될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즉, ‘장애인건강권법’에 근거 규정이 마련됨에 따라 의료계 협회 11개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는데요.

이 교육에는 장애유형 소개, 의사소통시의 원칙과 유의사항, 진료‧검사‧처치시 원칙과 주의사항 등으로 복지부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협회에 제공, 각 협회가 실시합니다. 물론 필요시 추가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형식상의 교육이라면 ‘말짱 도루묵’이겠죠. 지체장애인에게 “일어서”, 시각장애인에게 “이쪽으로” 와달라는 의료진이 더 이상 없도록 제대로 된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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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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