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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피해’ 국민청원의 전말
독거 와상장애인, 활동지원 월 330시간 '눈물'
“중증 시간 축소 불가피…부당함 시정해달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13 14:18:11
‘장애등급제 폐지 피해자, 아빠를 살려주세요’  국민청원 게시글.ⓒ청와대홈페이지
▲‘장애등급제 폐지 피해자, 아빠를 살려주세요’ 국민청원 게시글.ⓒ청와대홈페이지
지난 8일 본지는 ‘장애등급제 폐지 피해자, 아빠를 살려주세요’ 란 제목으로 국민청원 글을 기사화했습니다. 지난달 시행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적용된 활동지원 종합조사표로 시간이 터무니없이 줄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우연히 국민청원을 접한 후, 기사화 전에 본지 또한 ‘종합조사표를 통해 얼마의 시간을 받았는지’ 궁금해 청원자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연락이 닿을 길이 없어, 일단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국민청원에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에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화 이후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응원메세지가 있는 반면, ‘국민청원만 가지고 기사를 썼다’는 신뢰성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반응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청원자를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 척수장애인 관련 카페에서 청원자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 또한 기사를 발견해 기자를 찾고자 에이블뉴스에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통화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국제전화’로 뜨니, ‘보이스피싱’이라는 의심 때문인 것이죠.

그렇게 13일 오전, 어렵사리 그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청원을 찾아봐주시고, 기사화를 시켜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정효선 씨(45세, 여)는 거듭 감사함을 표하면서, 중증장애인이 된 아버지 정 모 씨(63세)의 사연을 털어놨습니다.

때는 2016년 12월 6일, 생신 전날 사무실에서 잠시 잠이 드신 아버지는 술 취한 트럭 운전사가 사무실에 돌진, 졸지에 호흡근까지 마비가 온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이 됐습니다.

“가족들이 미국에 살고 있는 저한테 열흘이 지나도록 연락하지 않았어요. 모르고 있다가, 열흘이 지나서야 한국에 가게 됐죠. 그렇게 많이 다치셨는지 몰랐는데, 그 뒤로 미국에 다시 들어갈 상황이 안 된 거죠.”

효선 씨의 아버지는 혼자서는 식사도 대소변도 일어나 앉는 것도 주무시다 뒤척이는 것도 못하는, 보호자 없이는 단 1초도 죽음의 위기에 노출돼 있습니다. 목 밑으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고, 현재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문제는 사고 후 3년 만에 퇴원을 준비할 때 발생했습니다. 지난 6월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했으나. 7월 장애등급제 폐지로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받아주지 않아 7월이 돼서야 접수를 마쳤는데요. 처절한 결과였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 종합조사표.ⓒ에이블뉴스DB
▲장애인 활동지원 종합조사표.ⓒ에이블뉴스DB
독거인 효선 씨의 아버지가 받은 점수는 총 317점으로, 33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부여받았습니다. 종합조사표상 315점 이상~345점 미만에 해당하는 6구간입니다.

효선 씨는 정확한 아버지의 상태를 기재해 보냈습니다.

'척수 손상 사지마비 와상환자로 목아래로 전혀 사용 못함. 팔목부터 어깨사이 오랜격리생활로 근육구축이와서 5~6센치가량 올릴수있고 상체 가누지 못하며 인지 있으시고 청각은 보청기 착용소견 받음.

호흡곤란으로 음식물 넘김장애있어 사래가 지속적으로 들어 응급상황 수차례. 배변 배뇨, 목욕, 식사 혼자 못하시고 2018년에 1급장애 진단. 신체감정에서 간병인 1.5인 감정 받음.'


“7월1일 시행 전 같은 레벨환자들이 받은 시간을 조사해 시간을 유추한 결과, 반가량 적은 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국민청원에 반가량 시간을 줄였다고 올린 겁니다. 저희 아버지는 독거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330시간은 너무 부당하지 않습니까.

종합점수 317점이란 숫자가 엄청 배려해서 최고로 나온점수라면 대체 사지마지환자가 뭘 혼자서 다할수있다고 판단한건지.”

종합조사표 상 효선 씨가 아버지의 상태를 작성해놓았다. 이 점수라면 당연히  400시간이 넘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에이블뉴스
▲종합조사표 상 효선 씨가 아버지의 상태를 작성해놓았다. 이 점수라면 당연히 400시간이 넘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에이블뉴스
효선 씨는 너무 기가 막힌 시간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시청 등 항의를 안 해본 곳이 없었습니다. 복지부 측에서는 ‘최대 480시간까지 시간을 늘렸다’는 뻔뻔한 답변뿐이었고, 공단 측에서는 ‘우리는 위에서 정한 것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답답했다고 합니다.

“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민원 제기밖에 없다고 합니다. 민원이 많아져야 시정사례가 된다고요. 지자체 추가 지원의 기준 또한 10월에나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지자체에서는 나라에서 시간을 늘렸다고 하니, 그만큼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고 있고요. 너무 부당합니다. 너무 화가 나요.”

'보건복지부가 말하는 16.16시간은 누가 받는 서비스인가?'라는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조직실장.ⓒ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가 말하는 16.16시간은 누가 받는 서비스인가?'라는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조직실장.ⓒ에이블뉴스
현재 효선 씨의 아버지는 경기 의정부에서 독거로 생활하며 월 330시간 외 나머지 시간을 사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먼 타지에서 이를 바라보는 효선 씨의 속도 타들어갑니다.

“평생 아버지의 간병을 할지, 미국에 다시 갈지, 선택을 해야 했어요. 만약 아빠를 선택해 평생 간병을 택했다면, 어느 날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다면 저는 그냥 죽을 것 같아요. 제 삶이 없으니까요. 미국에 다시 돌아왔는데, 마음은 항상 그 쪽에 가있어요. 장애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온 가족이 걸려있는 문제예요.”

이에 효선 씨는 지푸라기라도 붙잡고자 하는 마음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기했고, 13일 현재 980명이 서명한 상태입니다. 20 만명이 돼야 청와대 답변을 받을 수 있고, 이슈도 될 수 있습니다.

효선 씨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오히려 중증장애인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도록 먼 타지에서 끊임없이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또 현재 활동지원 이의제기를 신청했으며, 이달말 재검 결과가 나올 계획입니다.

“지금 현재 종합조사표로 절대 400점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들의 평가기준에 중증장애인은 무엇으로 시간주는 것을 제한하는지 밝힐수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얼굴에 똥칠을 해야하는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국민청원 많이 동참해주세요.”

‘7월 1일자 장애등급폐지 법안이 중증환자들을 희생시킨 법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희 아빠를 구해주세요.’ 국민청원 링크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1720 입니다.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3일 현재 44일째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통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종합조사표 상 시간 삭감을 우려하며 복지부를 상대로 종합조사표 모의평가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서울7017에서 쇠사슬을 맨 기습점거도 감행했습니다. 과연, “시간은 무조건 올라간다”던 복지부의 주장은 변함없을까요?

지난 9일에는 서울7017에서 쇠사슬을 맨 기습점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9일에는 서울7017에서 쇠사슬을 맨 기습점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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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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