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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휴식? 장애인·활동지원사 목 조르나”
두명의 지원사 교대 휴식…사실상 무급 노동
“차라리 임금 올려달라” 특례업종 포함 촉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06 17:19:45
중증장애인 김헌식 씨가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간식을 먹고 있다.ⓒ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김헌식 씨가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간식을 먹고 있다.ⓒ에이블뉴스
“우리는 하라니까 하는 거야. 뭘 쉬라는 건지 모르겠어.”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김헌식 씨(52세, 뇌병변1급)의 활동지원사 유 모 씨(59세, 여)가 참았던 말들을 쏟아놓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했던 그는 이달부터 ‘휴게시간’ 때문에 퇴근시간이 1시간 늦어졌다. 또 다른 활동지원사 남궁은(57세, 여)씨는 휴게시간 교대를 위해 1시간 일찍 출근한다.

유 씨가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쉴 동안 남궁 씨가 일하고, 이어 남궁 씨가 오후 4시부터 쉴 동안 유 씨가 그와 교대해 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7월부터 활동지원 휴게시간을 시행한 지 7일째, 유 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까지 빠졌다.

활동지원사의 ‘휴식권 보장’을 목적으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지만, 현장에서는 아수라장이다.

법에 따르면 활동지원사업을 비롯한 사회복지사업이 노동·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활동지원기관은 활동지원사가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복지부는 당장 시행이 힘드니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뒀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일단 법이 시행됐으니 시범적으로 휴게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헌식 씨가 그 경우다.

“한 사람은 일찍 와야 하고, 한 사람은 늦게 가야 하고, 뭐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활동지원사 유 씨와 남궁 씨도 “나도 나도”를 외쳤다.

중증 독거장애인인 헌식 씨는 식사부터 신변처리, 모든 일상생활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활동지원사 유 씨의 급여제공 일정표.ⓒ에이블뉴스
▲활동지원사 유 씨의 급여제공 일정표.ⓒ에이블뉴스
오전 8시, 유 씨가 출근하면 아침 식사, 모닝커피 한 잔, 신변처리, 샤워, 집안 청소, 점심식사 등을 맡는다. 9년 동안 헌식 씨의 손발이 되어준 유 씨는 능숙하게 일을 착착 진행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도입된 ‘휴게시간’으로 하루하루가 꼬여간다.

“아니, 일하다 보면 정신없는데, 휴게시간이라고 단말기를 찍으라네. 우리가 젊은 아가씨도 아니고 컴퓨터도 아니고, 이용자 보다가 카드 찍느라 서로가 정신이 없는거여.”

휴게시간도 오롯이 쉬지 못한다. 그냥 같은 공간에서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일터가 집인데 내가 갈 데가 있어? 나가는데 10분, 들어오는데 10분 그 시간 동안 더운데 어디서 뭘 하란 거여. 그것도 돈도 안 주는데 그게 휴식인가?”

활동지원 단말기.ⓒ에이블뉴스
▲활동지원 단말기.ⓒ에이블뉴스
오후 4시에 출근하던 남궁 씨도 유 씨의 휴게시간 때문에 1시간 일찍 출근한다. 오전에는 경기도 안산에 계시는 어머니를 돌보다가 3시간이나 걸려 일터에 온다. 오자마자 1시간 일하고, ‘휴게시간’을 가지란다. 그 시간 동안 뭘 하겠나. 유 씨와 마찬가지로 같은 공간에서 그저 카드 찍기만 할 뿐, 일하는 건 마찬가지다.

“일하면서 우리가 알아서 쉬고 있는데, 왜 이 법을 적용해서 돈도 못 받고 일은 한 시간 더 하는지 모르겠다. 휴게시간 필요없다. 그냥 집에 빨리 가는 게 좋다.”

헌식 씨와 활동지원사인 유 씨, 남궁 씨는 활동지원사업이 기존과 마찬가지로 특례업종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 모았다.

헌식 씨는 “사무실, 공장에서 일하시는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굳이 재가서비스인 활동지원에 똑같이 적용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예외로 둬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유 씨 또한 “가정에서 장애인을 돌보고 빨래 널고 하는 것이 일인데 딱히 그 시간에 쉬어야 한다는 게 웃기다. 하루 종일 밥만 하고 서 있겠냐. 이용자가 컴퓨터 할 동안 쉬고, 누워있기도 한다. 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들의 목을 조이는 거냐”고 성토했다.

활동지원사 유 씨가 김헌식 씨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활동지원사 유 씨가 김헌식 씨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 활동지원 휴게시간 대안으로 내놓은 ‘휴게시간 저축제’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휴게시간 저축제’는 휴게시간을 모아 6개월, 1년 등 한꺼번에 유급휴가를 보내주는 내용으로,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법 개정 방향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쉬는 시간 묶어서 휴가를 보내준다? 그것도 유급으로? 그 돈을 누가 주겠냐. 그 시간 동안 대체인력이 와서 전문적인 케어를 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휴가 없고 휴게시간 없어도 된다. 그냥 임금, 임금이나 올려주면 된다. 우리가 알아서 쉬겠다.”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1대1 돌봄 서비스인 활동지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법 적용을 한 정부에 대해서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중증장애인 케어해봤나. 여기 와서 중증장애인들 씻기라면 씻기겠어요?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펜대만 굴리고. 웃겨요 웃겨. 우리는 법이라고 하니까 그냥 따르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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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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