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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가로막힌 장애인들의 고향 방문 ‘꿈’
30여명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탑승 ‘좌절’
승강설비 갖춰져 있지 않아…이동권 보장 촉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9-24 17:46:33
24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3시 10분 남원행 버스를 타려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에이블뉴스
▲24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3시 10분 남원행 버스를 타려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도 고향에 좀 갑시다. 형네 가서 가족들이랑 즐겁게 밥 한끼 같이먹고 싶은데 왜 우리는 안되는 겁니까?”

추석연휴 고향 길에 오르려 했던 장애인들의 꿈이 또 다시 이동권 현실이라는 높은 벽 앞에 무너져 내려야 했다.

24일 오후 2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는 이들의 소박한 바람은 2005년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0년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장애인이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진정 꿈에서만 있는 일이었던가. 현재 전국에 운행되고 있는 광역버스, 고속·시외버스 중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 40대만 저상버스로 도입된 상태다.

때문에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고향, 여행지 등을 방문하는 일은 장애인에게는 꿈이 됐다.

이에 장애인들은 매년 명절과 여름휴가철에 버스타기를 실시하며 열악한 시외이동 현실을 알려왔다. 지난해 3월에는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시장, 경기도와 지사, 고속·시외버스 운수업자를 상대로 하는 소송도 진행했다.

1심에서 법원은 “버스회사 2곳이 시외버스, 시내버스 중 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버스에 승·하차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장애인들의 시외이동권 현실은 한 발짝도 나아지지 못했다.

더욱이 며칠 전 국회에 제출된 ‘2016 예산안’에는 장애인 저상버스·장애인콜택시 보급예산으로 404억원 만 반영됐을 뿐 시외이동권에 대한 어떤 계획도 들어있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 18일, 21일, 22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회의원들 전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오늘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응답조차 없는 현실.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마련돼있지 않아 휠체어 사용장애인이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마련돼있지 않아 휠체어 사용장애인이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 30명은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버스타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미리 예매해둔 당진, 남원, 익산 행 버스표를 들고 탑승을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2시 55분 당진 행 버스를 타려고 티켓을 들고 승강장으로 향했지만 버스는 야속하게도 비장애인 승객들만 태운 채 유유히 떠나버렸다.

이어 오후 3시 10분에 도착한 남원 행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경찰들이 장애인 승객들을 막는 통에 버스에 접근하기 조차 어려웠다.

전장연 문애린 활동가가 “표를 구입해서 버스를 타러왔지 싸우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길을 비켜줄 것을 호소했지만 끝내 길을 내 주지 않았다.

그렇게 비장애인 승객들만을 태운 남원 행 버스가 유유히 떠나버리고 오후 3시 25분 이번에는 장애인들을 태운다며 또 다시 남원행 버스가 도착했지만 승강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탑승이 어려웠다.

(왼쪽부터) 최강민 활동가, 김명학 상근활동가, 전장연 문애린 조직국장이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왼쪽부터) 최강민 활동가, 김명학 상근활동가, 전장연 문애린 조직국장이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활동가는 “내일 모레면 추석. 한국사람 이라면 누구나 고향에 가는데 커가는 동안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면서 “매번 혼자 집에 남겨졌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향에 내려가 보려고도 생각해봤지만 한 번 내려가려고 하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차가 없이는 불가능하나. 왜 이렇게 장애인은 힘들게 이동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외이동권이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노들장애인야학 김명학 상근활동가도 “이동할 권리라는 건 모든 국민에게 제공돼야 하는 것”이라면서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동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조직국장은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고 끊임없이 외처왔지만 한 번도 버스탄 적이 없다”면서 “우리의 현실을 처절하게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서 1박 2일 농성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들고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들고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미리 구매한 버스표를 들고 승강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 ⓒ에이블뉴스
▲미리 구매한 버스표를 들고 승강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 ⓒ에이블뉴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표를 들고 버스를 타기위해 시도하는 것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에이블뉴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표를 들고 버스를 타기위해 시도하는 것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에이블뉴스
문애린 활동가가 "버스를 타러왔지 싸우러 온게 아니다"라며 경찰이 비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문애린 활동가가 "버스를 타러왔지 싸우러 온게 아니다"라며 경찰이 비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버스를 타기 위해 온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에이블뉴스
▲버스를 타기 위해 온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에이블뉴스
24일 오후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최한 버스타기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24일 오후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최한 버스타기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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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 기자 (jiyeo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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