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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CRPD 선택의정서 비준 땡? 끝 아니다
결정 ‘국내 이행’ 관건…국회·정부·장애계 ‘합심’
”비준 마지막 단계 앞둬, 12월 국회 통과 목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9-16 17:29:02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등의 펫말을 들고 있는 참여자들. ⓒ에이블뉴스DB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등의 펫말을 들고 있는 참여자들. ⓒ에이블뉴스DB
권리를 침해받은 장애인이 유엔에 진정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선택의정서 비준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결국 국내 이행이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회가 개인진정에 대한 견해를 이행할 수 있는 법 제정, 사법부에서의 조약기구 견해 이해도 제고, 장애계의 모니터링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16일 온라인을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실효성 보장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UN CRPD NGO연대가 2021년 7월 1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DB
▲UN CRPD NGO연대가 2021년 7월 1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DB
■협약 비준 13년 만에 선택의정서 비준 ‘첫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12월 유엔(UN) 총회에서 최종 채택되어 2008년 5월에 발효됐다. 전문(25개 사항), 본문(50개 조항) 및 선택의정서(18개 조항)로 구성, 교육·건강·근로 등 장애인의 전 생활영역에서의 권익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2009년 1월에 국내 발효됐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당시 선택의정서는 국내 제도적 준비 및 여러 가지 여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비준을 유보해왔다.

이후 장애계가 선택의정서 비준을 꾸준히 촉구해온 결과, 올해 6월 김예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협약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선택의정서 비준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비준을 추진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국내권리구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권리구제를 받지 못한 개인, 집단 등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진정제도 ▲협약에 규정된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침해된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직권조사권을 포함하고 있다.

복지부는 8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용역 및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외교부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의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인권조약기구의 결정은 총 25건으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이 23건, 고문방지위원회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결정이 각 1건이다.ⓒ줌캡쳐
▲유엔인권조약기구의 결정은 총 25건으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이 23건, 고문방지위원회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결정이 각 1건이다.ⓒ줌캡쳐
■유엔인권조약기구 결정 25건, 국내 이행 ‘관건’

하지만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한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국제조약에 기반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상 강제적 효력이 부족한 현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류다솔 국제팀장은 ‘유엔인권기구의 결정에 대한 실효적인 국내 이행방안’을 발제했다.

류 팀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1990년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을 시작으로, 인종차별철폐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고문방지협약이 인정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해당 개인이 제기하는 진정에 대한 각 위원회의 심사제도를 수락한 상태다.

유엔인권조약기구의 결정은 총 25건으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이 23건, 고문방지위원회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결정이 각 1건이다.

위원회 결정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과거보다는 보다 무게감 있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인다는 평가다.

첫 유엔인권조약기구 결정은 자유권규약위원회의 노동법상 제3자 개입금지에 관한 사건으로, 노동부는 “우리 정부의 조치내용을 전달할 도덕적 의무는 있지만 이를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다”면서 유엔자유권규악위원회가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 구제조치는 국가배상법 등 국내법에 근거하여 청구할 수 있는 것일 뿐”이라면서 기각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자유권규약위원회 결정은 대법원 판례 변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유엔 결정 인정, 금전적 배상 내린 스페인

스페인의 경우, 2018년 유엔조약기구의 개인진정에 대한 결정이 정부를 기속한다고 보고, 진정인에게 진정인 딸 사망에 관해 금전적 배상을 하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진정인의 딸은 법원에서 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아버지와 감독관 없이 만나도록 결정한 데 따라, 아버지와 단둘이 만났다가 아버지로부터 살해당했다. 스페인 국내법원에서는 사건을 모두 기각했지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협약 위반으로 판단한 것.

류다솔 팀장은 “유엔조약기구 결정에 대한 실효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각 국제인권조약이나 선택의정서 규정이 존재하지 않지만, 조약기구의 결정이 각국의 법제에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 제6조 제1항에서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는 국내 법체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류다솔 국제팀장(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줌캡쳐
▲(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류다솔 국제팀장(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줌캡쳐
■실효성 높이려면? 국회·정부·시민사회 ‘합심’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 실효성 보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류 팀장은 ‘사건이 국내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이행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국회, 정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조약기구의 개인진정에 대한 견해를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제정하고,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며, 사법부 또한 국제인권규범과 조약기구의 견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종사자들에 대한 사법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시민사회단체의 경우도 개인진정 결과에 대한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그 내용을 국내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나아가 정부가 조약기구의 결정을 이행하도록 책임을 추궁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했다.

류 팀장은 “선택의정서 비준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에 있는 모든 개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으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라면서 “개인진정에 대한 견해가 국내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세밀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각 조약의 당사국이자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법원 등 모든 국가기관이 조약기구의 결정과 견해를 존중하고 법에 합치하도록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국장도 선택의정서 비준 실효성을 논할 때 민간의 역할이나 지원도 함께 포함돼야 함을 짚었다.

권 국장은 ”법의 정비와 공공기반으로 한 기구 논의도 중요하지만, 당장 비준 이후 개인이 접근하기 위한 민간의 역할을 놓치지 않고 살펴봐야 한다“면서 ”호주의 경우 민간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활동가, 변호사, 단체 중심의 민간 역할을 구축해주는 방식이 있다. 개인의 권리구제 절차를 지원하는 역할과 지원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보건복지부 신용호 과장(오)외교부 박인효 서기관.ⓒ줌캡쳐
▲(왼)보건복지부 신용호 과장(오)외교부 박인효 서기관.ⓒ줌캡쳐
■정부 ”비준 마지막 단계, 올해 국회 통과 목표“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외교부 관계자는 선택의정서 비준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있다면서 올해 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택의정서 비준과 더불어 협약 당시 유보했던 제25조 마항 '생명보험'도 철회하겠다는 의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은 "2018년도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번 정부 안에 어떤 형태로든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다음해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지난주에 확인한 결과, 외교부 조약과에서 원문 번역을 하고 있고, 국무회의에 상정할 내용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과장은 "우려 부분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회오리 속에 들어가면
올해 안에 통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면서 "힘들지만 외교부와 장애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주셔서 12월안에 국회 비준이 돼서 2022년부터는 장애인 권리구제가 국내 뿐 아니라 다른 형태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인권사회과 박인효 서기관 또한 현재 선택의정서 비준 관련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하며, 비준 후 국내이행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박 서기관은 "복지부로부터 8월 선택의정서 비준 의뢰를 접수한 후, 조약과로 송부했고 현재 검토중"이라면서 "9월에는 복지부로부터 협약 제25조 마항 '생명보험' 유보철회도 의뢰받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복지부와 협의해 의안 최종본을 마련해 법제처에 송부할 예정이다. 법제처 심사 이후에는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비준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절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한 박 서기관은 "비준 후 실제 이행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성실한 이행을 할 수 있도록 연내 비준 동의안 제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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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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