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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 일단 유보해야 한다
[성명]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1월 11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1-11 11:50:11
-법과 제도는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의 확정·시행을 일단 유보해주십시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이하 가족협회)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가족단체로서 현재 입법예고중인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 기준 개정안에 큰 우려를 표합니다.

2020년 11월 26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시행규칙개정안은 감염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예방과 관리강화를 위한 격리병실 설치, 입원실 병상기준 강화와 정신의료기관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비상경보장치, 보안 전담인력, 진료실 비상문의 설치 근거를 담고 있다.

입법예고 주요 내용은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고 ▲입원실 면적 기준을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 ▲병상 간 이격거리는 1.5m 이상 두도록 하는 것이다. ▲입원실에 화장실과 손 씻기 및 환기 시설 설치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별도로 두도록 했다.

특히 정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3월 5일부터 시설 및 규격기준을 적용할 방침으로, 시행일 후 신규 개설 허가 신청 정신의료기관에는 모두 이 기준을 적용 하기로 했다.

가족협회는 사랑하는 가족인 정신질환 당사자가 입원시 당연히 현재보다 쾌적하고 감염질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받길 원하므로 위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입니다. 또한 점진적으로 ‘사회적 입원’을 줄여서 전국의 정신병원 병상수를 줄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면개정되어 2017년부터 시행중인 정신건강복지법과 작년초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에 보건복지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이 예정된 시기에 시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큰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1. 전국 정신병원 병상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지금도 어려운 정신병원 입원이 더욱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현재도 현실과 동떨어진 매우 까다로운 비자의 입원 절차 및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신규입원이 힘들어서 꼭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당사자의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설령 그런 조건들을 어렵사리 충족하더라도 병상 자체가 없어서 입원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가족들을 지금보다도 더 힘든 처지로 내몰 것입니다. 굳이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소위 ‘사회적 입원환자’를 퇴원시키면 그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환자들 상당수가 무연고 환자이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서 퇴원하면 당장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정신요양원이나 그룹홈 등의 현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제도변화로 인해 퇴원하는 환자들을 지체 없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또한 신규 정신병원 개설이나 증축을 통한 병상 확충 방안도 해당 지역민들의 편견에 따른 민원 때문에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大도시나 中도시급에서의 입원병상 급감이나 폐원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입장에서 정신의료기관 접근성 하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대비한 확실한 법률적 제도적 시스템의 구축 없이 진행된다면 그로 인해 비극적 사건·사고의 증가와 그에 따른 정신질환 당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더욱 심화 될 것이 우려됩니다.

진주 방화살인사건으로 대표되는 각종 강력사건들로 인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더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사회적인 낙인과 위축으로 더욱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정신질환 당사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가족협회와 유관단체의 허탈감이 매우 심합니다. 이 상황보다 더 나빠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에 가족협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합니다.

1.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의 확정·시행을 일단 유보해야 합니다
충분한 공개적 논의(가족, 당사자, 각계 전문가, 현장인력 등이 포함된 공청회, 토론회 등)를 거쳐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좋은 취지는 최대한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2. 지금은 일단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관련 정신질환 당사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신질환자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감염된 정신질환자를 위한 코로나19 특수 감염병상 및 자가격리 시설을 충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코로나19 감염자중 유독 정신질환 당사자의 사망률이 크게 높다는 점은 이러한 대책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3.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안전은 결코 서로 대립되어 양립불가한 개념이 아닙니다. 정신질환 당사자의 인권과 사회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정신응급대응 시스템 개선 논의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정하고, 시스템 개선이 병실 환경개선보다 선행되거나 같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해외의 정신건강복지 선진국들의 시스템을 참조하여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특히 신체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거나 고령인 정신질환자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4. ‘사회적 입원’ 환자들의 퇴원 후 거주, 재활 등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그 대책이 병실 환경개선보다 선행되거나 같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절대다수의 사회적 입원환자들에게 ‘①병원이나 정신요양원같은 시설 입원 ②지역사회에 나와서 대안없이 방치되거나 가족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단 두가지 선택밖에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절하고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티케어의 도입·지원 방안의 수립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5. 병실 환경개선을 위한 시설기준의 변화와 정신응급시스템, 치료환경개선, 커뮤니티케어 등을 함께 논의할 협의체를 만들어 보건복지부가 당사자, 가족,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낙후된 정신건강복지 환경을 개선할 큰 그림을 그리고 함께 할 것을 제안합니다.

2021년 1월 8일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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