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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진단과 장애,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③
왜 우리는 그토록 장애아를 두려워할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09 15:55:55
(장애)아이를 향한 두려움은 아이 자체를 향한 두려움은 아닐 것이다. ⓒunplasch
▲(장애)아이를 향한 두려움은 아이 자체를 향한 두려움은 아닐 것이다. ⓒunplasch
“받을 수 있는 산전진단은 다 받을 거야!” 5년 만에 그토록 원하던 임신에 성공한 친구 안네가 말했다. 올해 그녀 나이는 서른여덟, 남편은 마흔이다.

내가 물었다. “두 사람이 산전진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알고 싶은 게 뭐야?” 그러자 안네는 표정이 굳어지며 “뭐…혹시라도 뭔가 있으면…”하며 말끝을 흐린다. 내가 “다운증후군 같은 거?”라고 묻자 그녀가 대답한다. “에이, 그런 섬뜩한 말 하지 마.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아.”

섬뜩한 말? 다운증후군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우리는 ‘섬뜩한’ 이야기 대신, 태어날 아기를 위한 분유, 아기띠, 유모차, 침대 같은 ‘평범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러고 보면 독일이라고 해서 예비 부모들이 갖고있는 두려움, 뱃속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한국보다 결코 적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워낙 걱정이 많고 조심스러운 국민성으로 유명한 독일인이기에 장애아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 않을까 싶다. 산전진단에서 장애가 발견되면 90퍼센트 이상의 여성이 낙태를 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내 친구 모니카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들이 있다. 그녀는 기본 초음파 검사 외 별도의 산전진단을 받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삶을 잘 안다. 그녀 아들의 삶도 잘 안다. 그들의 삶은 결코 ‘섬뜩하지’ 않다. 아니, 그 반대이다. 모니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만약 뱃속에서 아들의 유전자가 조금이라도 더 변형됐다면 아이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아들이 존재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기적이야.”

나의 시댁 식구 중에는 희귀난치병이 있는 말라가 있다. 말라의 엄마 카트린은 산전진단에도 ‘불구하고’ 딸의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 의사들은 아이의 수명을 생후 2~3년으로 예측했다. 현재 중도중복장애가 있는 말라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카트린이 주변 사람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만약 우리가 딸의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인터넷 검색 결과만을 가지고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했다면, 소중한 딸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모니카와 카트린은 자식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많이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힘들 때도 있고 감사할 때도 있고, 슬프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고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다.

독일에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산전진단에서 다운증후군이 발견되어 임신후기 낙태수술을 받은 아기가 강한 약물에도 불구하고 유도분만 후 9시간 동안 혼자 힘으로 숨을 쉬었다. 원래는 아기의 생명을 끊어야 했던, 그러나 이제는 아기의 강한 생명력을 알아챈 ‘낙태의사’는 아기를 집중치료실로 옮겨 오히려 생명을 살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아기는 이제 7살이 되었다. 지난 7년간 틸을 보호하고 있는 위탁부모는 말한다. 틸과 함께 하는 삶은 너무나도 평범하다고.

다운증후군이 있는 신생아를 입양한 지인이 내게 한 말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차라리 다운증후군이 있는 내 아이가, 훗날 테러리스트나 낙태 의사가 될 아이보다 훨씬 나아.”

예비 부모가 장애아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쩌면 장애아 자체를 향한 두려움 보다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막연한 미래와 사회적 편견, 차별이라는 ‘유령’을 향한 두려움은 아닐까? 독일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장애인과 제대로 접촉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과 가족의 삶이 실제로 어떠한 지 제대로 된 시각을 갖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안네는 며칠 후 산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그녀의 아이가 건강하기를 바란다. 동시에, 그녀와 남편이 ‘유령’을 향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행여나 ‘섬뜩한’ 일이 일어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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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민세리 (nankleopat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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