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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주인은 사진 속 사람들이다
발달장애인 댄스경연대회 촬영 자원봉사 소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2-10 13:02:20
제10회 전국발달장애인 댄스경연대회 우승팀 공연 모습. ⓒ나종민
▲제10회 전국발달장애인 댄스경연대회 우승팀 공연 모습. ⓒ나종민
나는 매년 발달장애인들의 멋진 댄스를 볼 기회가 있다. 객석에서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댄스 경연 대회 행사 촬영 봉사자로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댄서들의 빠른 움직임을 놓칠까 봐 사진가의 몸과 마음은 바쁘다. 댄스팀 전체의 그림을 잡기 위해 광각렌즈로 다시 댄서들 한명 한명의 열정적인 모습을 잡기 위해 망원렌즈로 바뀌어야 하는 카메라 또한 바쁘다.

댄스대회 현장에는 많은 카메라와 촬영자가 바삐 움직이지만 어두운 조명과 빠른 댄서들을 촬영해야 하는 최악의 촬영조건을 해결할 만한 고성능 카메라와 전문 기술을 보유한 촬영자는 드물다.

그런데도 전문 촬영자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쉼 없이 촬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처럼 보이는 촬영자가 큰 카메라와 다양한 렌즈를 바꿔가며 촬영한 사진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무대 위 장애인 친구들의 모습을 눈으로만 감상해도 되지 않을까?

사진은 촬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촬영한 1000여장 사진 중에서 최고를 고르고 긴 시간의 보정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사진 속 주인공들을 맞을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어렵게 준비를 마친 사진이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행사 주관단체에 전달된 사진은 결과 보고서와 다음 행사에 쓰일 홍보물 콘텐츠로만 머물고 사진 속 주인공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행사에서 단체 사진을 찍히고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우리들 누구나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이것이 무대 위 댄서들과 관련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댄서들의 추억을 한 순간이라도 더 담기 위해 그리도 열심히 촬영하는 이유이다.

잠시 시간을 돌려 필름카메라 시절을 기억해 본다.
촬영한 필름을 현상소에 맡겨 1장씩 인화하고 현상된 필름을 불빛에 비춰보며 추가로 인화할 사진 숫자를 빨간색 색연필로 적었던 기억을.

그리고 추가 인화된 사진을 사람별로 분리하여 비닐봉지에 담았던 기억을.
이 모든 일이 사진 속 주인공들을 찾아 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거의 모든 사진이 디지털로 바뀐 세상에서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 주는 방법은 아날로그 시절보다 훨씬 쉬워졌다. 현상할 필요도 없고 인화할 필요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메일로, 카톡으로 간단히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은 쉬워졌으나 노력은 없어졌기에 아쉽게도 사진은 사진 속 주인에게 쉽게 다다르지 못한다.

사진의 주인은
촬영한 사진가도, 촬영 의뢰한 행사주관단체도 아닌
사진 속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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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나종민 (tour9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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