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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원을 주고 얻은 교훈
장애노동자도 실수 할 수 있어, 문제는 그 수습에 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26 09:13:01
드디어 소소한 소통에서 일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전하게 되었는데, 좋은 소식은 아니어서 미안합니다.

소소한 소통에서 근무할 때, 지금은 업무용 PC가 배정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개인 노트북을 차출해서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개인 노트북이라 개인용 파일과 구분이 없었다는 점과 아침 출근을 하면 노트북을 세팅한 다음 업무를 시작하고 종료를 하면 해체를 하는 작업을 일일이 해야 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느라 가방 무게가 무거워져서 어깨에 부담이 된다는 예상이 제기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버틸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이것이 무겁다고 지적해서 “가방을 가볍게 하고 다니라” 라는 조언이 매일 같이 나왔습니다.

결국 사무실에서 상황이 바뀌게 되어 남게 된 유휴 PC를 업무용 PC로 배정해주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사달이 나게 될 줄은 상상을 못했습니다.

파일을 인계할 때, 파일 크기가 예상 외로 별로 크지 않았음을 간과하고 외장하드를 차출해서 중간 저장 매체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파일 인계 작업 도중, 파일 일부가 손실된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작업 도중 원인을 알 수 없게 되어 패닉 상태에 빠졌고, 업무상 다른 이유로 외근을 나갈 때 수리 센터까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리 센터 담당자들은 이 원인은 데이터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외장하드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닳아서 그렇게 되었음을 알려줬습니다. 데이터 복구는 수리 센터 측의 업무가 아니므로, 타 사설 업체에 위탁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파일들은 업무 작업 문건들이었기 때문에 재산상 적어도 수 만원 어치의 가치가 있었던 문서들이었습니다. 결국 사비로 지출하고 복원 작업을 감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외장하드를 사설 업체에 보내는 날 저는 우체국을 통해 부치면서도 ‘부디 모두 살아 돌아오기를’ 이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며칠 안 가 사설 업체는 작업에 일부 성공했음을 알려줬습니다.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다만 100% 살아 돌아오지 않았을 뿐더러, 중요한 파일들은 죄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당 업체에 문의하니, 2차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음을 알려줬습니다. 결국 2차 작업 끝에 많은 파일들이 살아 돌아왔고, 중요한 문건으로 평가한 고객 리스트 파일과 업무 프로젝트의 완성단계 작업 파일 모두가 돌아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 11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덤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구글 드라이브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장애청년드림팀 행정 처리 문제로 도입하면서 배웠습니다. 온라인에 자신만의 창고를 갖춘다는 것, 얼마나 멋지지 않습니까? 제 친구는 이미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또, 대표님이 외부에서 받아온 32GB(기가바이트) USB를 넘겨주셨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사무실에 상시 배치하는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사건의 전말을 공개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장애인 노동자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대안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장애인 노동자도 업무 방침을 착오할 수 있고 장애 특성 때문인지 개인적 실수인지는 그 날에 따르겠지만 실수를 하고 말 수도 있습니다.

주워 담을 수 있는 사태였다면 우리는 최대한 주워 담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11만원을 사비로 써가면서 손실을 주워 담아서 최대한 손실을 줄였습니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이슈는 잘 모르겠지만, 수습이라는 거대한 작업을 치르는 것이 힘들 것입니다. 그 수습의 과정에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지만요.

장애인 노동자의 실수는 실수입니다. 업무상 실수할 권리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문제는 실수 이후 ‘재발방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저도 사실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러한 것이 왜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아직 완벽히 재발방지를 위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은 없다고 저 자신도 인정합니다.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짜야하는 지조차 확립이 덜 되어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실수를 해왔고, 지금 실수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실수할 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실수 그 이후입니다. 실수에서 배우는 법을 알아야합니다. ‘학습효과’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번에 제가 11만원을 써가면서 배운 것은 실수는 예상외에서 터질 수 있다는 것, 대안에 대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사태를 수습하는 요령에 대한 개념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갖춰질 문제는 아닌 것은 저 자신부터 압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식의 속도의 변화는 절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11만원의 복구비용으로 이 많은 사실과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11만원을 주고 얻은 교훈이라면, 업무상 실수를 어떻게 대처하는 방법론에 대한 깨달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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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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