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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외면한 ‘서울시 특별공급 대상안내문’
한글 파일에 이미지 담아…시각장애인 읽을 수 없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5-15 13:29:17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어머니회나 학급임원 부모들이 교실의 환경미화를 위해 크고 작은 화분들을 많이 가져다 놓곤 했었다.

그런 화분들이 어느 정도 수 이상 모이게 되면 학급에서는 화분에 물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아이를 지정하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실의 화분들은 몇 달 후면 대부분 죽어 나갔다. 물을 잘 안줘서 말라 죽던지 아니면 물을 너무 자주 주어서 죽든지 둘 중 하나였다. 나도 한 번 화분에 물을 주는 담당을 한 적이 있다.

내 경우는 물을 너무 자주 줘서 화분이 오래 살지 못했다. 화분을 치우면서 살펴보니 화초의 뿌리까지 온통 썩어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요즘 공공기관의 웹사이트 공지사항란을 살펴보면 그때 뿌리까지 썩어버렸던 화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기관 유형이나 담당업무에 관계없이 시각장애인 정보접근성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여러 차례 공공기관들의 게시물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글을 작성한 바 있다.

각종 행사 안내 게시물은 글 대신 행사포스터로 대체하기 일쑤였고, 공무원 임용시험 계획 공고문조차도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채용공고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지원할 수 없도록 이미지 파일로 공고문이 등록되기도 하였다. 또, 지원사업에 대한 안내문도 접근성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례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하였고 이 중 일부는 게시물에 대한 수정조치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접근성 외면 사례는 어김없이 또 발견되었다.

서울시의 새 소식 복지 어르신란에는 주로 장애인 공동주택 특별공급과 관련하여 기관추천 대상자를 모집하고 선정자를 발표하는 글이 등록되곤 한다.

지난 5월 9일 신길동의 한 아파트에 대한 서울시의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안내 공고문이 등록되었다.

이 공고문에도 어김없이 첨부파일들이 등록되어 있었는데 ‘특별공급 참고자료’, ‘주택알선 우선순위 배점 기준표’, ‘해당 아파트 안내문’ 등이었다.

첨부된 파일의 형식들도 PDF파일이나 JPG와 같은 것이 아닌 아래한글 파일이었기에 시각장애인들도 무리 없이 정보 확인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여기까지 보아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히나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에 접근성도 잘 보장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렇지 않았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의 안내문에서 발견되었다. 파일 형식은 아래한글로 작성한 문서였지만 그 내용은 이미지 파일을 아래한글 문서에 붙여 놓은 것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읽을 수 없는 것이었다.

공동주택기관추천대상자 모집공고의 첨부파일에 스캔이미지만 첨부된 아래한글파일 캡쳐화면ⓒ조봉래
▲공동주택기관추천대상자 모집공고의 첨부파일에 스캔이미지만 첨부된 아래한글파일 캡쳐화면ⓒ조봉래
어쩌면 이 문제에 대해 담당자는 해당 파일은 건설회사에서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거나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답변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해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형태의 자료가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데 에서 온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공고문을 등록한 것은 담당자이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지역에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하며 한참 동안 기다려온 이들 중 시각장애인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 공고문에 이러한 형태의 파일이 등록됨으로써 그 시각장애인은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이 아파트에 대한 특별공급 신청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주거측면에서도 타 유형의 장애인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는 어린 시절 열심히 내 소임을 다한다는 심정으로 매일 매일 화분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결국은 화초를 뿌리부터 썩어 죽어가게 만들었다.

결국 화초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내 역할에만 충실하는데 집중해 그런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어쩌면 공공기관에서 공고문 등록을 하는 담당자들, 특히, 장애인복지정책과 관련된 공고를 게시하는 이들이 무심코 하나 둘 등록하는 글들이 특정 장애인에게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것을 위협하는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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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봉래 (jhob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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