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와 고발, 무엇이 다른가

수사기관이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단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불심검문이나 현행범 체포, 변사체 검시, 강도를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저지른 폭력행위까지 밝혀지는 별건범죄의 발견 등과 같이 수사기관이 직접 포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소나 고발, 진정, 범죄신고 등 국민의 협조로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범죄인이 자수하여 처벌을 구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고소와 고발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범죄의 수사 단서로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소와 고발이라는 용어를 별다른 구별없이 사용하곤 하는데, 고소란 범죄의 피해자나 피해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고소권자’라고 한다)이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것이고, 고발은 고소권자 이외의 제3자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여 처벌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B로부터의 얻어맞은 A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고소가 될 것이고, A의 여자친구인 C가 혐의가 있는 사건들을 보도하는 TV 시사프로그램에서 “비리를 고소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비리를 고발합니다.”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방송사는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요구 없이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란

고소를 했더라도 일단 가해자와 합의하면 어떤 범죄를 저질렀건 처벌받지 않는걸까?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가가 나서서 범죄를 진압하고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이 현행법 체계의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 범죄의 경우 피해자 등 그 범죄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여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그것이다.

친고죄는 고소권자의 적법한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범죄인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이다. 형법의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와 같은 성범죄의 일부, 다른 사람의 편지를 함부로 뜯어 그 내용을 알아내는 비밀침해죄, 다른 사람을 공공연하게 모욕하거나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 등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반의사불벌죄는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하고 공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범죄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유형이다. 형법상의 단순폭행죄나 협박죄, 과실치상죄, 명예훼손죄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피해자가 합의해주고 명시적으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표시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 밖에 절도죄나 사기죄, 상해죄 등 대부분의 범죄는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죄가 있다고 의심되면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또 혐의가 밝혀지면 처벌된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와 합의도 다 하고 탄원서까지 제출했는데 왜 법원와 검찰에서 처벌을 하느냐?”라고 질문하곤 하는데, 비친고죄의 경우에는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 참작될 뿐 처벌 자체를 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서는 친고죄의 경우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고소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소멸된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한다. 그런데 특수강간죄와 같은 성폭력 범죄에 대해 특별법에서는 고소기간을 연장하거나 아예 비친고죄로 바꾸어놓았다. 이는 범죄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고소를 포기하거나 가해자의 회유 또는 협박에 못 이겨 고소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고소 없이도 국가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내리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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