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보다 많은 빚은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한 할아버지가 “세상에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냐!”고 소리치며 크게 흥분하였다. 할아버지 말로는 자기보다 열 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사망하고 1년쯤 뒤 채권추심회사로부터 2천여만 원을 갚으라는 채무변제 청구소송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형의 자식들(할아버지의 조카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3순위에 있던 할아버지가 상속권자로 된 것이었다.

부모가 사망하면 원칙적으로 재산은 물론 부모의 빚도 함께 자식들에게 상속된다. 빚을 갚고 남는 재산이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부모에게 빚이 많다는 사실을 모른 채 상속을 받았다가 갑자기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으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그러므로 가까운 친척이 사망하여 법정 상속인의 순위에 들어가는 사람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의 할아버지처럼 형이나 동생이 사망한 경우 ‘그 자식들(조카)이 있으니까 나는 상속받지 않겠지.’하고 마음 놓고 있다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속포기는 상속 개시로 인해 생기는 모든 권리나 의무의 승계를 거부하고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는 의사표시로,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포기 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상속을 포기하면 다시 취소할 수 없다.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이 되어 그 사람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들에게 귀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여 후순위 상속인 상속권자의 지위에 올라서야 비로소 상속포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여러 명의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분할한 후에 상속인 중 일부가 3개월 내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면 포기의 효력이 있을까?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한 공동상속인이 협의해 그 재산을 분할했다면 이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상속포기 기간 내에 포기 신고를 했더라도 포기의 효력이 없고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처리된다.

한정승인하면 받은 만큼 책임진다

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 책임진다?

상속의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사망한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자신이 상속한 범위 내에서만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상속인에게 예상치 못한 거액의 채무가 무조건적으로 상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상속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한정승인을 하려면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하여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상속인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모두 기재해야 하며, 만일 고의로 빠드리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고, 단순승인의 경우처럼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즉 상속채무를 전액 승계하기는 하지만, 그 책임의 범위가 상속재산에 한정될 뿐이므로 채무와 책임이 분리된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1천만 원을 상속받았는데 빚이 3천만 원이어서 한정승인을 한 경우, 아들은 아버지의 빚3천만 원 전부를 갚아야 할 의무는 있지만, 1천만 원까지만 갚으면 나머지 2천만 원은 갚지 않아도 채권자가 강행집행을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1천만 원보다 많은 1천8백만 원을 갚았다면 채권자에게 8백만 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

세 아들과 아버지의 선택

Q. 부모가 셋째 아들에게만 재산을 몰려준다는 말씀을 남기고 돌아가셨어요. 그렇다면 첫째, 둘째 아들은 부모의 재산을 전혀 몰려받지 못할까요?

부모가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말씀을 남기지 않고 돌아겼을 때에, 그 자식들은 돌아가신 부모의 재산을 똑같은 몫으로 나누어 몰려받습니다. 맏아들이나 둘째 아들이나, 아들이나 딸이나 각자가 몰려받는 몫은 원칙적으로 똑같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특별히 자식이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줄 수가 있습니다. 이 때에는 부모의 뜻에 따라 그의 재산을 받은 사람의 몫이 됩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재산을 받지 못한 다른 자식들은, 법에 정해진 자신들이 몰려받을 몫의 절반(1/2)은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Q. 이 이야기에서와 같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전재산인 3천만 원을 막내에게만 몰려주겠다는 말씀을 남겼다면 어떨까요?

먼저, 아버지가 아무런 유언 없이 위 재산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면, 삼형제는 각자 천만 원씩을 몰려받게 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막내에게만 재산을 물려주었으므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원래 자신의 몫인 천만 원의 절반인 5백만 원에 대하여는 막내에게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유류분 청구에 의하여 5백만 원씩을 가질 수 있고, 막내는 2천만 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Q. 상속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일까요?

고의로 직계 존속(부모, 조부모), 피상속인(상속 재산을 몰려줄 사람), 그 배우자 등을 죽이거나 죽으려고 한 사람, 고의로 위 사람들을 다치게 하여 죽게 한 사람, 속이거나 겁을 주어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하거나 방해한 사람은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이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유언으로 재산을 몰려받을 수도 없습니다. 또, 이미 재산을 상속받거나 유언으로 재산을 몰려받았다 해도, 위와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 몰려받은 재산을 다른 상속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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