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5-12-19 12:25:57

지난 2004년 MBC 다큐멘터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작가를 맡았던 방송작가 고혜림씨가 방송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모아 에세이 ‘우리는 희망을 연주합니다’(고혜림/한스미디어/248쪽/1만원)를 최근 펴냈다.

이 책은 1급 척수장애인이었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만남부터 이희아씨가 선천성장애를 뛰어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기까지 가족들의 노력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희아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태어날 때부터 양쪽 손에는 손가락이 두개씩 있었고, 다리는 무릎 아래가 가느다란 상태였다. 가느다란 두 다리 끝에는 발가락이 하나씩 밖에 없었다. 바다표범처럼 손발이 짧게 태어났다고 해서 ‘해표상기형’이라는 병명이 붙여졌다.

희아는 세살 때 다리를 절단했다. 무릎 아래의 가는 다리오는 서거나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평생 기어다녀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판단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런 희아를 입양 보내자고 했지만 어머니는 희아를 지켜야 한다고 결심했다.

여섯 살에 처음 피아노를 배운 희아는 제대로 된 음이 나오기까지 1년을 연습해야 했다. 네 개의 손가락이 붓고 페달을 밟는 허벅지가 짓무를 때까지 연습을 계속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사랑 덕분이었다.

지금 희아는 피아노를 세상에서 가장 잘 치지는 않지만 가장 열심히 노력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피아노 연주를 통해 자신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음악을 통해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희아씨와 어머니 우갑선씨.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꾼 모녀의 아름다운 도전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 고혜림씨는 “제가 15년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노숙자부터 최고위층까지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지만, 이 모녀처럼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 사람은 없었다”며 “그렇게 아낌없이 모녀가 드러낸 삶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고씨는 “1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다큐멘터리는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파격을 누렸고, 드라마 이상의 감동이라는 평가와 함께 과분한 사랑과 칭찬을 받았다”면서도 “방송으로는 다 할 수 없어 아쉬웠던 희아의 더 진한 이야기를 남김없이 담아 기쁘다”고 전했다.

신지은 기자 ( wldms2@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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