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기구 독립성은 생명 같은 것' 강조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의 조직축소 방침에 대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아침 긴급 전원위원회 회의를 가진 인권위는 이날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방적인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 방침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또 "인권위의 조직개편 시기와 절차, 범위는 인권위의 자율적인 판단에 기초해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행안부의 일방적인 방침에 반대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직개편 절차는 유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의 독립성은 어떤 정부 하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경숙 선임상임위원은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은 생명과 같은 것"이라며 "현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이어 "인권위 기능 가운데 국가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다루는 부분이 80% 가량 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했던 모양"이라며, "성장논리를 중요시하는 정부와 인권이나 사회적 합의를 소중히 여기는 인권위 간의 이해 차이 때문에 조직개편안이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인권 분야에 대한 정부의 이해부족과 정치적 판단에 따른 조직 축소 시도임을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다시한번 합리적으로 생각해 검토하는 기회를 갖자"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를 위해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안경환 인권위원장과 한승수 국무총리, 이달곤 행안부 장관과의 긴급면담을 요구했다.

단, "몇 사람을 줄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는 차원에서 논의가 진척돼야 한다"고 김칠준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한편 행안부는 지난 20일 인권위의 조직 축소개편안을 마련해 인권위에 통보한 바 있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5본부 22개팀 4개 소속기관'의 현 인권위 조직을 '1관 2국 11개과 3개 소속기관'으로 축소하게 돼 있다.

정원도 208명에서 164명으로 44명이 줄어, 조직이 21%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김 총장은 "정책기능과 교육기능이 크게 축소되고 조사기능도 위측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국가브랜드 10대 우선과제 중의 하나인 따뜻한 다문화 사회 만들기를 이루려면, 이주자 인권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오는 26일 차관회의와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같은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강행처리 의사를 고수하는 있는 실정. 이에 인권위는 차관회의 상정 전에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국무회의에도 참석해 발언하겠다는 강한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오히려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권위와 조직축소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 간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CBS사회부 나이영 기자 ney420@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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