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익~’

경기를 알리는 휘슬소리에 맞춰 선수들의 격렬한 몸싸움과 현란한 드리블, 골대 앞 강슛들이 이어진다. 얼핏 보면 여느 축구경기장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침묵이 흐른다. 다만 방향을 알리는 고함과 슛 타이밍을 지시하는 소리들만 가득하다.

매주 주말이면 전국에서 온 1급 시각장애인들이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에 모여 그들만의 경기를 펼친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오직 축구를 향한 열정만으로 모인 이들이 바로 소차사(소리를 차는 사람들)축구단이다. 지난 2000년도에 결성된 소차사는 베이징 패럴림픽에도 출전한 국가 대표팀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6년째 소차사 선수단으로 활동 중인 김경호씨(31세)를 만났다. 안마사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몸이 힘들고 피곤해도 매주 축구장을 찾는다. 오직 축구가 좋아서다.

축구공에서 나는 쇠구슬 소리에 의존해 경기에 임하는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같은 편끼리 공을 뺏는가 하면 헛발차기도 예사다. 잦은 부상도 두렵다.

“머리에 특수 보호대를 하고, 안대를 하지만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시를 하고 방향을 알려줘도 안보이는 우리에게 부상이 잦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경호씨는 담담하게 말한다.

경호씨가 하소연하는건 장애인들이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시각 장애인 축구장이 많이 없다보니 연습을 하기 위해서 선수들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축구장으로 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교통비와 부대비용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축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축구는 정말 다이내믹한 운동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 다니며 할 수 있는 운동은 시각 장애인 축구가 유일무일 하다”며 축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축구장 안에서의 열정은 일반 선수들과 다르지 않은 소차사, 사람들의 무관심에도 잦은 부상에도 단지 공을 차는 자체만으로 즐겁다는 그들. 귀로 듣고 마음으로 공을 차는 그들은 진정한 국가 대표선수들이다.

노컷뉴스 영상취재팀 정영혁 기자 sinkiruhk@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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