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과 노약자를 돕기 위한 이동차량 목욕서비스가 남녀구분 없이 이뤄지면서 많은 장애인이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목욕봉사가 아쉬운 장애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치심을 감수하고 있다.

중증장애를 앓는 서 모(34) 여인은 최근 A 장애인 단체에서 운영하는 이동 목욕서비스를 신청했다.

미혼인 서 씨가 모르는 사람 5~6명에게 목욕을 받으려 한 결정은 쉽지 않은 것. 하지만 알몸 상태인 서 씨를 욕조에 옮기는 작업은 생면부지 남자 운전기사가 맡았다.

화들짝 놀란 서씨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신을 욕조에 옮겨 줄 것을 부탁했지만 "장애인이 무슨 성별이 있냐 ? 다른 장애인들은 아무 불평 불만 없다"며 오히려 별종 취급을 당했다.

서 씨는 불만을 보건복지부와 시청 게시판에 올렸지만 돌아온 것은 온갖 명목으로 목욕 서비스를 더 이상 해줄 수 없다는 A 단체의 답변 뿐이었다.

시설에서 지내다 최근 자립생활을 시작한 중증 장애인 조 모(30) 씨도 B 장애인 단체가 실시하는 목욕 서비스를 신청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상담원이 목욕 자원봉사자가 여성 밖에 없으니 "목욕을 하려면 '수치심'을 견뎌라"는 뜻밖의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동목욕 서비스가 성별 구분없이 실시되면서 장애인들의 인격이 배려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이동목욕차량를 운행하는 장애인총연합회 등 주요 장애인 단체들은 봉사자 부족과 빡빡한 일정 탓에 성별에 대한 고민 할 겨를 없이 목욕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결국 한 주에 한 번 돌아오기도 힘든 목욕 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인들은 수치심을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

부산 북구의 한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동년배 이성에게 자신들의 알몸을 보이는 것을 힘들어 하지만, 괜히 말을 했다가 목욕서비스를 못 받을까봐 수치심을 그대로 감수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재활을 위해 도입된 이동차량 목욕서비스가 서비스 기관의 배려부족으로 되려 장애인에게 말 못할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2007-04-28 15:23:32 ]

부산CBS 김혜경 기자/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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