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꼬마 의원들이 등장했다. 제각기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들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거나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팔다리가 불편해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어도 자신들이 만든 법안을 제안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수화 선생님과 속기록을 실시간에 방송하는 스크린이 추가됐을 뿐 비장애인 어린이 국회와 차이는 없었다.

고사리 손으로 점자로 된 의안과 인사말을 읽는 어린이, 들을 수는 없지만 수화를 통해 동료 의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어린이, 국회 의사당의 높은 천장이 신기 한듯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하는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한 어린이는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의 휠체어 탄 모습에 친근감을 느꼈던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의사당에서 모자를 쓰고 있던 한 어린이 의원은 장 의원의 '온화한 지적'에 슬그머니 모자를 내려 놓기도 했다.

첫 법안 제안자로 나선 서울 맹학교 강민영 어린이 의원은 시각장애 아동 교과서와 교육용 점자.녹음 도서 구입 지원에 관한 특례법을 제안했다. 모든 초.중.고교의 국정교과서를 점자 교과서나 확대교과서로 제작해 특수학교에 무상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지체 장애를 가진 숭덕학교 곽경범 어린이 의원은 "장애가 심해 혼자서는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공공시설의 정문과 현관 등에 도움벨을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도움벨 설치 법률안'을 제안했다. 준비한 의안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 힘들게 느껴 졌지만, 주어진 발언 시간에 맞춰 준비된 의안을 또박또박 읽어 동료 어린이 의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뒷 자리에 앉아 있던 나경원 의원도 직접 경범 군에게 다가가 격려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시각 장애인들이 제품 이름과 유통기한을 알 수 있도록 의무화한 가공식품 상품명 및 유통기한 점자표기에 대한 법률안(인천혜광학교 박향임 어린이 의원)과 장애아동에게 무료로 위치 추적 장비를 보급하는 법률(삼육재활학교 김진영 어린이 국회의원) 등 모두 15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이날 법안 가운데 장애학생 교통카드 지원법률안을 제출한 인천성동학교 주민지 어린이의원이 대상을 차지했다. 이 행사는 2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나라당 권철현의원(교육위원장)과 나경원의원, 정화원 의원과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전국의 장애 어린이 80여명이 참석했다. [ 2007-04-20 22:02:41 ]

CBS정치부 박재석 기자/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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