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인환의 월요 칼럼 >

‘장애인 힐링농업 스마트팜에 대한 기대와 우려’

MC: <서인환의 월요칼럼>

서인환 장애칼럼니스트와 함께합니다.

 

♣ 서인환칼럼니스트 인터뷰 ♣

1) 오늘 새해 첫 방송으로 ‘장애인 힐링농업 스마트팜에 대한

기대와 우려’란 주제로 말씀 나눠볼텐데요.

힐링농업 스마트팜.. 용어 설명부터 해주시겠습니까!

 

농업은 장애인들이 과수원이나 논밭에 나가서 일하기에는 휠체어 접근이 어렵고, 이동과 운동능력에서 매우 불리하여 적합한 직업으로 보지 않았다. 재래식 농경사회에서는 경증 장애인은 힘들기는 하지만 농사를 짓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발달장애인은 대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는 문화 속에서 가족의 도움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다. 힐링농업은 농업을 통한 정서적 건강한 생활 효과를 말하는 것이고, 스마트팜은 재배기술에 있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동화와 IT 기술 적용을 말한다. 사회적기업 그린 프레임처럼 장애인 힐링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나타나고 있으며, 귀농을 돕는 장애인단체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는 힐링농업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겠군요.

 

힐링농업은 장애인이 가능한 농업이어야 하고, 충분하고 객관적인 효과와 더불어 소득이 일정 수준 보장되어야 한다. 스마트팜 기술이 가능성을 도와줄 수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 도전한 장애인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 있다면 해로움(harmfulness)이 될 수도 있다.

 

3) 해로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너무 기대가 커서 실망이 큰 것이고, 심리적 힐링만 해도 만족해야지, 딱히 일이 없는 발달장애인이 그것만으로도 어디냐고 한다면 발달장애인을 기만하거나 폄하하고 차별대우하는 말이 될 것이다. 직업재활시설로 스마트팜을 경영하여 최저임금에서 빠져나가면서 대단한 실적이라고 홍보한다면 이 또한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주거복지연대는 20년간 주거약자들에게 주거안정 혜택을 주었다. 약간의 지원금과 운영비 70%에 가까운 개인과 기업 후원금으로 이러한 혜택을 주거약자들에게 준 것은 실로 놀랍다. 연간 25억이 넘는 사업들을 하면서 주거복지 외에도 환경사업과 장애인 직업재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마운 일이다. 지난해 1월 가평군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곳에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인 함께어울림과 주거복지연대는 업무협약을 맺고 함께어울림 고문인 버섯 전문가 한 분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팜을 기획한 바 있다. 장애인 10명을 고용하여 표준사업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진도를 뽑지 못했다. 일자리가 생기겠다고 기대하고 희망을 가졌던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또 한 번 독감을 경험하게 했을 수 있다.

 

4) 왜 그 같은 일이 발생했을까요?

 

박용수 고문의 말에 의하면, 사업 여건 마련에 시간이 필요하여 다소 사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현재는 함께어울림에서 1명의 장애인을 고용하여 가평군 설악면 소재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내년 3월 경에 새로운 사업장을 정하여 3명의 장애인을 추가 고용할 것이며, 우선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다가 2023년에는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한다. 지역 발달장애인은 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생산 농산물은 흰목이버섯이다.

힐링농업 스마트팜이 새로운 직종으로 홍보되면서 참신한 아이템으로 포장되어 진행하는 단체나 기업의 홍보와 후원금 마련에는 도움이 크게 되지만, 투자되는 것에 비해 성과가 생각만큼 미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장애인을 위한 사업이 장애인을 이용한 사업이 될 수 있다.

 

5) 성공 사례도 있겠죠.

 

2016년 KT 희망나눔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남양주에 서울시 장애인 영농직업재활시설로 스마트팜을 열었다. 비닐하우스에 고설배드를 만들어 허리 높이에서 작업을 하도록 하였고, 천정에 행잉배드를 설치하고 바닥재를 단단한 재질로 하여 휠체어 이동을 편하도록 하였다.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베쥬크 농장을 벤치마킹한 이 농장 이름은 ‘3프로농장’이고 주 생산품은 허브재배였다. 허브로 치유도 되고 10년간 수확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KT드림스쿨의 멘토링에서 출발하여 희망나눔사업으로 확대되어 운영되다가 2019년 서울시는 위탁운영을 푸르메재단에 맡겼다. 3프로농장에서 그린나래농원이란 이름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서울농원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품종도 허브에서 블루베리, 식용꽃, 감자, 고구마, 표고버섯, 청계 곤충사육과 도시양봉 등으로 변화하였다. 현재 15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푸르메는 푸른산이란 의미로, 푸르메재단은 2005년에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어린이병원, 여러 가지 장애인복지시설 운영을 하여 왔는데, 2018년부터 사회진출의 낭떠러지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스마트팜 건립을 준비해 왔다. 초기 계획서는 케어팜이라고 하였고 모금하여 투입할 예산을 80억원으로 잡았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기부를 호소하였다. 이렇게 시작되어 여주에 조성된 스마트팜은 주식회사 형태로 38명의 장애인이 고용되어 있다. 주식회사 형태란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2018년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와이즈산전 이상훈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던 표고버섯 농장 1만여 평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하면서 사업은 추진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SK하이닉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협력하여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상호는 푸르메소셜팜이다.

 

6) 매출이 늘면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을텐데요.

수익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공시된 수지계산서를 보면, 재단 전체 연간 100억원 이상의 규모에 스마트팜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퍼센트 정도이고, 수입과 지출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되어 있다. 이는 직업재활시설 서울농원(남양주)과 주식회사 푸르메소셜팜(여주)의 구분 없이 스마트팜사업으로 되어 있어 자세히 분석하기는 어려우나, 외부의 지원이 늘어나거나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이 없다면 추가 채용이나 임금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팜을 이용하여 첫해 사업은 잘 추진되고 있고,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장애인복지기관의 큰손인 푸르메재단이 홈페이지 모든 페이지마다 기부하기 버튼을 배치하는 등 엄청난 홍보와 모금에 힘입었음에도 130억이라는 주변 기부와 협력의 바탕 위에 35명의 장애인고용이라면 투자에 비해 과연 스마트팜이 경제적인가는 꼼꼼히 따져볼 문제이다. 1인당 4억원을 지원하면 소상공사업으로 온 가족이 다른 업종에 종사해도 먹고 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7) 장애인 힐링농업 스마트팜.. 아직까지는

갈길이 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규모 전문기관인 푸르메재단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소규모 장애인단체나 독지가가 나서서 스마트팜을 운영하여 장애인을 고용하겠다고 하면 신뢰하고 장애인 자녀를 보낼 것인가는 더욱 고민이 된다. 재활의 꽃이 고용이고, 발달장애인은 자립이 너무나 어려우나 해결책으로 가장 각광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라고 외친다 하더라도 스마트팜은 지속 가능한 사업인가와 스마트팜으로 인해 오히려 상처를 받고 사회참여의 의욕을 꺾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인건비 절약하는 방안으로 장애인을 운운한다거나, 부담금을 기피하기 위해 표준사업장을 생각한다면 진정 그들이 상을 받을 수 있는지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지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 대기업의 지회사형 표준사업장은 합법적으로 임금차별을 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칭찬보다 비난을 받을 소지가 많음에도 사회공헌의 큰 성과처럼 홍보되는 것은 반감이 들 때가 있다. 비영리 시민단체는 장애인복지의 대가라며 한바탕 큰소리를 치고 유명세를 타고 단체의 사업 확장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장애인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이용하는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팜이라고 하여 자동으로 식물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돌보아야 하듯이 장애인 스마트팜 사업 역시 조심스럽게 접근하여야 한다. 푸르메재단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푸르메재단도 힘겨워하는 사업이니 쉬운 사업이 아니며, 장애인들이 힐링이 아니라 햄플니스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해피니스가 아닌 햄플니스가 된다면 장애인 힐링농업 스마트팜을 주창한 사람은 자립을 오히려 방해하는 선무당이 되고 말 것이다. 푸르메소셜팜은 올해는 방울토마토와 표고버섯 재배를 하였고, 첫 수확이므로 앞으로 품종 다양화와 재투자를 통해 현재의 온실 3동에서 시설을 더 늘리고 2030년까지는 장애인을 60명 고용하겠다는 계획에 맞는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푸르메소셜팜이 사업의 성공 모델이 될 것이고 후발 주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투자 대비 고용효과가 합리적인가, 지속 가능한 스마트팜이 될 것인가, 컨소시엄혐 표준사업장의 확대 모델이 될 것인가 등 다양한 관점에서 푸르메소셜팜은 주목을 받고 있다.

 

 

8) 그럼 앞으로 장애인 힐링농업이 장애인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려면 어떤 경계가 필요할까요?

 

최근 발달장애인의 힐링과 친환경, 그리고 스마트팜이란 용어가 직업재활의 방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또 하나의 기회이지 장밋빛 대박이라 기대하고 들뜨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양한 업종 중 하나이고, 새로운 기술이 접근을 더 용이하게 한 것은 맞지만, 자칫 약방의 감초로 생각한다면 힐링이 아니라 상처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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