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를 가지게 되는 원인에는 자동차 사고나 추락 등의 외상성의 원인 이외에 척수염, 척수결핵 등의 비외상성의 원인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최근 들어 비외상성의 척수장애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외국에서는 척수장애의 표현을 SCI(spinal cord injury) 대신 SCI/D(spinal cord injury and disease)로 표기하는 추세이다.

외상성 척수장애도 힘이 들지만 비외상성도 그 어려움이 덜하지 않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언제 발병했는지 언제 악화될지 시간이 지나면서 겪는 불안함과 차라리 원망할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상 면에도 취약하고 마음고생이 많아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힘든 것이 선천적으로 척수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이다. 그중 하나인 이분척추증은 희귀난치성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이분(二分)척추라고도 불리는 척추갈림증은 좁은 의미에서 신경 발생 중 신경판이 관의 형태로 형성되는 발생과정에서 신경판의 양 끝이 가운데에서 정상적으로 붙지 못하여 생기는 중심 봉합선 봉합장애의 일종이다.

척추갈림증은 기형의 심각한 정도에 따라 잠재이분척추, 수막류, 수막척수류로 구분될 수 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척수 발생 중 장애가 생기는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선천성 척수질환 모두를 척수 이분증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척수 이분증은 배란 25-48일 사이에 태아에서 일어나는 신경 발생 장애의 일부이다. WHO에서 발간한 ‘척수장애 국제적관점’에 의하면 이분척추증에 생기는 여러 원인 중에 산모가 엽산이 부족하여 생기는 장애로서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일수록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이분척추증은 아동 때부터 휠체어 사용으로 인해 척추측만이나 욕창 등으로도 고생을 많이 한다. 척추측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육시기에 맞는 휠체어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발육에 따라 자세유지보조기와 휠체어 사용기한에 관계없이 제공이 되어야 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철저히 예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분 척수 아동 중에 장애 정도가 심한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적다고 한다. 그래서 다리가 조금 약하거나 외반증 등이 생겨 보조기 등을 착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은 편으로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이 생각보다는 적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외적으로는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데 오로지 배변이나 소변에서만 문제가 있다 보니 이해를 못 하는 곳들이 더 많고 부모님들이 더 감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분척추증은 선천적으로 척수장애의 공통적인 문제인 신경인성방광과 장을 동반하여 소/배변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강제적으로 도뇨를 해야 한다. 아동 때부터 도뇨를 한다는 것이 참 가슴이 아픈 일이다.

다행히 2013년 7월부터 선천성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자가도뇨 소모성재료의 요양비 지급이 되어 그 부담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아동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크게 발생을 한다. 아동 스스로도 자신의 장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가족들도 장애를 감추는 측면이 있고, 학교의 교사들도 척수장애를 모르거나 케어하는 방법을 모르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특히 친구들의 이해부족과 인식부족은 발달과정에 있는 아동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

유치원을 가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스스로 도뇨를 할 수 없으니 주로 어머님들이 아이의 도뇨를 도와주기 위해 학교근처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시간에 맞추어 도뇨를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또는 아이들의 소변배출을 줄이기 위해 물 섭취를 강제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마음 아픈 일이다. 물을 안 먹는 것은 부모님께서 조심시키는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거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도뇨를 하는 것이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실금을 방지하게 위해 기저귀를 차는 경우도 있어 하절기에는 습진과 냄새 등으로 고생을 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기도 한다.

양호선생님의 도움으로 도뇨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이들이 자꾸 양호실로 가는 것을 의심하고 연약한 아이로 낙인이 되기도 한단다. 고학년이 되어 스스로 도뇨를 하기 위해 화장실의 양변기가 있는 곳으로 가면 이를 알 리 없는 아이들이 ‘똥쟁이’라고 놀려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분 척수 아이들의 경우 대변이나 소변의 문제로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도 거의 참석을 못 한다. 이런 아이들이 좀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이런 일로 차별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급우들의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 학부모나 해당 학생도 당당히 장애에 대한 오픈(커밍아웃)을 통해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지하게 교육을 한다.

현재 부모들 사이에서도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많은 논쟁이 있다. 장애로 사는 것이 낙인이 된다는 인식기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해당 아이들은 자신이 장애인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족들도 장애인이라는 것이 싫어서 쉬쉬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거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를 알고 충격을 받아 방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 친구는 명문대에 합격해서 1년을 다니다가 휴학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도뇨를 하다보면 강의실에 지각을 할 수 밖에 없고 교수님께서는 지각을 용납 안한다고 하셔서 휴학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께 한번 말씀을 드려보라고 했지만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해 결국 휴학을 하고 자퇴를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일부 부모들은 ‘네가 잘 할 수 있는 있을 공부밖에 없다’고 세뇌를 시키고, 공부만 하던 아이들은 성적은 좋아서 좋은 대학을 가고 사회활동은 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청소년 때에도 잦은 교류를 통해 자신의 장애에 정체성을 알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병원에서 캠프 등을 통하여 장애친구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기회를 가진 친구들의 삶의 질이 훨씬 깊어진다는 얘기를 들으면 교류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한참 청소년기에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겪는 진로 등의 고민에 장애문제를 더하게 되면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는 가족들의 마음도 있겠지만, 청소년기에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이분척추증처럼 선천적으로 중증의 척수장애를 갖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재활병원을 확대하는 계획에는 찬성하지만 의료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인 면들도 균형있게 발달하도록 관련 장애인단체와의 적극적인 교류도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지만 장애아동은 온 나라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정의로운 복지국가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이찬우 (elvislee@hanmail.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