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일자 장애계 뉴스갈무리 *******************

시각장애계를 비롯한 장애계 전반의 소식을 들어보는 <장애계 뉴스갈무리>시간입니다. 함께 해 주실 에이블뉴스의 이슬기 기자와 지금 전화연결이 돼 있는데요. 안녕하십니까?(인사)

MC(1)-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습니까?

“할 만큼 했는데 지쳤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

바로 지난주 장애계를 달궜던 이야기. 홀로 지적장애인 언니를 보살피며 살아온 20대 여성의 안타까운 자살사건입니다.

이를 두고 사회각계에서는 안타까움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꽃다운 나이인 20대. 그녀의 슬픈 선택. 실태와 해결방안, 한번 짚어봤습니다.

MC(2)- 저도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 참담한 일이었죠. 자세한 내용을 좀 전해주시죠.

지난 24일입니다. 오전 10시13분께 대구시 수성구의 한 식당 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에서 류 모 씨가 발견된 건데요. 올해 28살의 그녀는 번개탄을 피워놓은 채 숨졌습니다.

류씨 소유의 EF소나타 승용차는 시가 40여만으로 장애인차량으로 등록이 돼있었습니다.

류씨는 유서를 통해 “할 만큼 했는데 지쳤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 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능하고 월세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는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수신인을 알 수 없는 문자메시지여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MC(3)- ‘할 만큼 했는데 지쳤습니다’... 참 슬픈 말입니다.그동안 류 씨는 지적장애인 언니와 둘이서만 살았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류 씨는 대구의 한 빌라에서 지적장애 1급인 31살의 언니와 둘이 거주해왔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었던 류씨. 이후 집을 나간 어머니가 재가해 연락이 끊겼구요. 광주의 친척집에서 자랐습니다.

이후 대구에서 할머니와 세 명이서 함께 살아왔구요. 류 씨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바로 지난해부텁니다. 지난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생활이 힘겨워진 건데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류 씨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어려운 생활고와 지적장애 언니의 부양. 이 모든 것이 아직 20대인 그녀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이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류 씨는 지난 20일. 연탄불을 피우고 언니와 동반자살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언니가 살고 싶다고 소리를 질러 동반자살에 실패했구요.

그동안 힘들어도 꿋꿋이 버텨오던 류씨. 월세와 카드대금 등이 밀리며 벼랑 끝에 내몰리자 그렇게 홀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MC(4)- 젊은 여성 혼자 지적장애인 언니를 부양하다가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세상을 등진 건데요.현재 정부에서 이런 분들을 위해 돌봄서비스 등 여러 가지 서비스가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가장 안타깝기도 한데요. 류씨는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만약 서비스를 알았다면 비극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데요.

현재 정부에서는 장애인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요. 류씨는 전혀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류씨, 사건 일주일전 주민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시설에서 나온 언니가 일반 수급자로서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을 알아보고자 기초 상담을 받았구요.

센터에서는 수도·가스요금 할인과 함께 생계비 49만9천원을 지급한다고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언니를 돌봐줄 장애인 서비스 등은 안내받지 못했구요.

류 씨는 한 번 더 상담을 받기로 약속했지만요. 그날 이후 다시 주민센터를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 류씨. 언니를 돌보는 것 또한 참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MC(5)-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지역 장애계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집회가 열렸다면서요?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시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이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이유,.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문제가 있었단 지적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요. 류 씨의 언니만 기초수급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월 49만원정도구요. 생계를 책임지고 마트에서 일을 했던 동생 류 씨의 경우 기초법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에 없었습니다.

죽은 류 씨가 기초법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류 씨의 언니가 돌봄서비스를 월 20일, 1일 4시간 이하로만 지원받아야 합니다.

류 씨가 돌봄을 책임지고 근로를 하지 않아야 한다 라는 것인데요. 특히 류 씨의 언니는 거주시설에 1년 이상 입소했었습니다.

자립을 목적으로 퇴소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시설퇴소자립정착금의 조건이 됐지만 해당시설에서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시설 퇴소 후에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통해 긴급활동지원을 우선적으로 지원 받을 수도 있었으나 적절한 지원도 없었구요.

즉. 대구자매의 비극의 이유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제도에 대한 연계와 지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지자체를 통해 시설 퇴소 시에 지원되는 긴급활동지원서비스와 자립지원금 500만원을 지원받았더라면 .조금이나마 사건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구요.

MC(6)- 자세한 내용을 알고 나니 더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일이 발생하면서 사회 각층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먼저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푭니다. “먹먹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애도를 표했는데요.

심 원내대표는 “유일한 혈육이었던 언니를 돌보던 이 여성이 죽음을 결심할 때 겪었을 좌절감이 바로 우리 사회의 절망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단절된 유대감 속에서 20대 젊은이가 ‘할만큼 다’ 해도 희망이 없는 미래.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들도 이 사건을 두고 애도를 표하고 있는데요. “누가 저 20대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서글플 뿐이다.” “얼마나 힘들었겠냐?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등의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MC(7)- 그런데요, 이런 류 씨의 언니와 같은 발달장애인은 평생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건가요. 이런 이유 때문에 발달장애인이 가족으로 있는 가정에서 비슷한 유형의 비극이 여러 번 있지 않았습니까?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 등을 가진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가운데서도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인지력, 표현력, 자기결정력 등이 부족해 성인이 돼도 자립이 어려운 데다 일반 복지시설에서조차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런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복지가 턱없이 미비한 환경에서 결국 모든 책임은 가족이 질 수밖에 없었던 게 그간의 현실이었습니다.

최근 광주시가 발달장애인 가족을 심층면접했는데요. 총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구요. 장애인 10명 중 9명이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활동지원서비스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구요.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는 류씨의 유언,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인’이라 불리는 20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처지를 절절히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며 이민을 떠나거나 심지어 자녀와 동반자살의 길을 택했던 사례들이 그동안 발달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구요.

MC(8)- 지난해에도 자폐성장애를 둔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자살을 택한 아버지가 있었잖습니까?사실 장애인가족을 돌보는 일이 너무 힘들어 자살을 택한 분들을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올해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장애부모들의 염원. 발달장애인법이 지난해 4월 제정이 됐구요.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 욕구를 반영해 삶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요/ 현재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만드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구 두 자매의 비극은 지난해 초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류 씨는 숨지기 전에도 언니와 함께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주위로부터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했습니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도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참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정부는 제2, 제3의 류 씨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법 하위 법령 마련 등의 과정에서 세심하고도 치밀한 논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MC(10)- 네, 오늘 준비한 소식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인사드리겠습니다. (끝인사 )

MC- 에이블뉴스의 이슬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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