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농아방송 황진 앵커입니다. 

한 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흑인 분장을 하고 관을 둘러 멘 가나의 장례 문화를 패러디한 사진이 흑인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 화제 이슈를 그냥 패러디하였을 뿐인데 너무 확대 해석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오락과 재미를 위한 일련의 행동이 때로는 비하나 혐오의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일 텐데요. 최근 듣지 못하는 농인의 특성을 웃음거리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지난 1984년 4월부터 2009년 4월까지 25년 동안 장수한 오락 프로그램, KBS1 《가족오락관》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래 간판 게임으로 자리를 잡은 후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었는데요. 

게임 방식은 아주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는 헤드폰을 쓴 사람들이 차례를 정한 후 단어나 문장을 뒷사람에게 전달하여 마지막 사람이 답을 맞히는 게임입니다. 모두 헤드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앞사람이 목청을 높여도 뒷사람은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단어를 전달해 웃음을 주는 식입니다. 

《가족오락관》이 폐지된 후에는 tvN의 버라이어티 예능 시리즈인 《신서유기》와 《출장 십오야》에서 진행되며 유튜브에까지 영상이 공개되어 1,000만 회에 이르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진행 방식도 비슷합니다.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크게 음악을 켜놓은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로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정답을 맞혀야 합니다.

이와 관련 농인 유튜버 ‘영+영’은 '직관적 농인 시점 -고요 속의 외침 편' 영상을 통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성질내기, 입 모양을 과장하여 단어 말하기, 큰 소리로 외치기 등 잘 들리지 않게 상황을 설정한 후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도록 한 게임에 대해 일침을 가했는데요.

왜냐하면 의사소통 시 입술과 얼굴 등의 움직임, 비수지신호가 중요한 요소인 수어 사용자인 농인으로 살며 '고요 속의 외침'과 같은 상황들을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임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지나친 해석을 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20년에는 한 신작 게임의 캐릭터를 “어렸을 때 사고로 심각한 화상을 입어 자신의 손상된(disfigured) 얼굴을 누군가 볼까봐 두려워한다”라고 설명하여 안면 장애인을 차별하는 단어가 사용됐다는 비판이 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유저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렸었는데요.

게임 회사가 다음 업데이트 시 즉각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아 논란은 일단락 되었습니다만, 전혀 장애인 혐오를 담지 않은 단어라며 너무 지나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주장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캐릭터를 묘사할 수 있으니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동안 분분했는데요. 

시시비비를 가리려거나 편 가르기식 논쟁거리로 삼기보다 장애나 특정 인종을 웃음거리로 삼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면 보다 신중하고 성숙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무언가를 할 때 보다 민감하게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수어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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