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농아방송 이은영입니다.

올해 여름부터 복지시설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A(32·여·청각장애 3급)씨는 얼마 전 장애인 행사장에서 난감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메리카노' 등 커피 종류를 표현하는 수어(수화)가 없어 농인들의 주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입니다.

A씨는 "카페라떼는 엄지와 검지로 'L'자를 만들어 표시하는 등 복지관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는 임의로 수어를 만들어 사용한다"며 "평소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 듣기에 비장애인과의 소통에는 무리가 없는데, 수어를 쓰는 이들과는 전문용어 등이 마련되지 않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가 전문용어나 신조어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인들은 수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정이 속히 이뤄지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11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표준 수어가 담긴 '일상생활수화사전'은 2012년 이후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2년째 신조어가 수어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체부는 농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2000년부터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 작업을 진행, 2005년 처음으로 '한국수화사전'을 제작하고, 2007년 한차례 개정됐으며 이후 일상용어들을 업데이트한 일상생활 수화사전을 별책 형식으로 내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2010년부터는 한국농아인협회에 이 작업을 인계했지만 협회는 2012년 이후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표준화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생겨난 말들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더라도 수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문용어를 나타내는 수어 역시 부족하며. 법률용어 관련 표준 사전은 2007년, 정보통신용어는 2009년, 경제용어는 2011년에 각각 한 번씩만 발행됐습니다.

농인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관련 직업을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농인 B씨는 "사내 교육을 받을 때 화장품 용어를 나타내는 수어가 없어 수화 통역을 거쳐도 발표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지난해 10월 수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내용의 '한국수어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돼 있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11월 12일부터 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중입니다.

김경진 한국복지대학교 수화통역과 교수는 "국어는 신조어가 나오면 관련 기관에서 논의 후 하나의 통일된 언어로 인정을 하지만, 수어는 그런 기구가 없어 단어가 자의적으로 생겨나더라도 전파가 불가능하다"며 "연구소 등 수어 전담 기관을 만들 수 있도록 한국수어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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