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쓰레기통을 뒤지면 길이 열릴 것이다?

이상훈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제가 처음에 시각 장애인이 됐을 때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장갑 끼고 다니라고...

왜냐고 물어봤더니 길에 온갖 더러운 거 손으로 만질 수가 있다 시각 장애인이 되면...

근데 흰 지팡이 짚고 다니니까 그렇게 만질 일이 없었습니다 근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왜 장갑을 끼고 다니라고 했는지...

자막] 부산광역시 연제구 (2015.08.28)

이상훈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여기는 부산고용노동청 앞 횡단보도 앞에 있습니다 제가 음향신호기 단추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음향신호기 단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죠? 이거...

으악! 뭡니까? 이거...

신호등 기둥에, 와 미치겠네... 쓰레기통이 있습니다

이게 지금 재떨이거든요 재떨이... 저도 모르게 이걸 만져버렸어요

음향신호기 단추를 찾고 있는데, 여기 있네요

탁 탁 탁, 자 (흰 지팡이로) 쓰레기통을 치는 게 아니고 신호등 기둥을 치게 됩니다

그러면 제 감각으로는 앞에 신호등 기둥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손을 내밀면 뭡니까? 바로 쓰레기통이에요 그럼 바로 만지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지금 담배 냄새가 확 나거든요 아무래도 재떨이 같습니다

이런 쓰레기통을 음향신호기 단추 바로 옆에 붙여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높이도 비슷해요 하필이면... 그러니까 100프로 손이 닿거든요

저는 이게 뭔지를 몰라요 만져봐야 안단 말입니다 쓰레기통 자체도 원형이잖아요

쓰레기통을 먼저 접촉했을 때는 이게 신호등 기둥으로 알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만지다보면

손을 넣게 되는 거죠 뭔가 싶어서 만지면 재떨이를 손으로 다 만지게 되는 거죠

제 손은 엉망이 되는 거죠 세균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 거죠

안 그래도 시각장애인이 되면 물건들을 만지게 되는데 이런 쓰레기통까지 만져야 되는 건지

음향신호기 단추를 찾기 위해서... 더구나 여기는 횡단보도 아닙니까 그렇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대기를 할 거예요

그 앞에서 담배피란 소리예요 그럼 담배 연기는 어쩌라고요?

음향신호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산고용노동청 방향 횡단보도입니다

딩동댕동 부산고용노동청 방향 횡단보도의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뚜루룩 뚜루룩 뚜루룩 뚜루룩

이상훈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제가 방금 음향신호기의 소리를 듣고 횡단보도를 건너왔습니다

아마 이쪽에 신호등 기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음향신호기 단추을 찾아보도록 할게요

뭡니까? 이거... 또 여기도 있네요 똑같이 있죠 쓰레기통, 또 만졌죠

왜 자꾸 여기에다 쓰레기통을 설치하는지 모르겠어요

음향신호기 단추는 여기 있네요 동작하고... 아까 저쪽하고 똑같은 상황이죠 그렇죠?

쓰레기통이 또 있어요 제가 건너와가지고 음향신호기를 확인하려고 보니까...

저는 또 음향신호기 단추인줄 알았죠 또 만져보니까 또 쓰레기통이에요

가래침도 뱉어놓은 것 같은데, 아 진짜...

시각 장애인 손은 멸균, 항균이 되는 손도 아니고...

제 손은 만날 세균에 오염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돼 버리면...

마치 함정을 파놓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음향신호기 단추 찾으러 온 사람한테 그 앞에 덫을 만들어 놓은 그런 느낌이죠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재떨이거든요 여기서 담배 피란 소리예요

사람들이 분명히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대기하고 있을 건데...

왜 이렇게 설치를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높이도 딱 손닿기 좋게...

마찬가지로 여기도 한참 떨어뜨려서 설치를 해줘야죠

시각 장애인이 음향신호기 단추를 찾기 위해서 만지다보면 쓰레기통을 단추로 착각하고

더듬더듬하다보면 쓰레기통을 만지게 되고 손은 손대로 더러워지고...

제 손이 쓰레기입니까? 만날 쓰레기통을 만지게 하게...

타인의 침, 액체라든지 뭔가 끈적거림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손을 씻을 때도 없어요 만지고 나서... 닦을 때도 없어요

근데 이제 보십시오 당장 저를 안내해줄 분, 팔을 이 손으로 잡을까요?

못 잡는다고요 반대 손으로 잡아야 되요 흰 지팡이는 이 손으로 잡게 되는 거예요

그럼 또 제 흰 지팡이는 오염이 되는 거죠 저는 계속 오염물질을 제 주변에 묻히고 다는 거예요

얼마나 기분이 찝찝한지 압니까? 안 보이니까 더 찝찝해요

외관상으로는 깨끗할 수도 있어요 안 보이니까 더 찝찝해요

밥 먹을 때도 살짝 튀었는데도 이만큼 묻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왜 밥 먹을 때 만날 휴지로 닦는 줄 압니까?

조금만 튀어도 많이 묻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 닦습니다 찝찝함 때문에...

근데 저는 쓰레기통을 통째로 만져버렸어요 지금 죽을 것 같습니다

안 보이니까... 안 보이니까 지금 제 손이 시커먼 것 같아요

온갖 오물이 다 묻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 음향신호기잖아요 이런 쓰레기통만 없어도

쾌적하게 신호등 이용할 수 있잖아요 동작도 잘되고...

쓰레기통 없는 데 가면 고장 나 있고 작동하는 데는 쓰레기통이 붙어있고...

저한테 전화가 옵니다 이렇게 촬영하고 이러면... 우리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왜 자꾸 때리냐고...

근데 열심히 하는데 저렇게 되니까 문제인 거예요

서류상이나 법적인거, 이런 것만 열심히 하는 거겠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이런 것만 열심히 하는 거겠죠

뭘 열심히 해야 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주세요

저 음향신호기를 누가 사용하는가? 그것만 열심히 생각해주세요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생각해주세요 그러면

오늘 이 자리에 이런 거 찍으러 올 필요도 없어요

촬영협조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감독 정승천 (daetongreyong@hanmail.net)

*정승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부산지역에서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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