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장애인권리보장 및 탈시설 지원 관련 법률안 공청회’ 모습.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대표(왼)와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오)이 나란히 앉아있다.ⓒ국회방송캡쳐

국회 안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두고 장애 부모들의 절규가 엇갈렸다. “중증장애라는 이유로 안전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냐. 왜 안된다고만 하냐”는 의견과 “시설은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디서 살든 우리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국회의원들도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가 대립하는 상황을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 ‘눈물의 공청회’로 마감됐다. 탈시설 정책을 둘러싼 팽팽한 찬반에 뒷짐만 지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향한 책망도 함께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 및 탈시설 지원 관련 법률안 공청회’를 개최해 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공청회의 쟁점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 2020년 12월 발의한 탈시설지원법이었다.

이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거주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폐쇄하며,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해 조치를 취하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국회방송캡쳐

■수십 번 발작, 그래도 지역사회에서 잘 산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대표는 탈시설정책과 관련 첨예한 찬반 의견을 내세웠다.

찬성 측 김신애 위원장은 지적, 뇌병변을 동반한 중증중복장애를 가진 25세 딸이 있다. 김 위원장의 딸은 입으로 물 한 모금 먹지 못해 위루관을 삽입해 영양공급을 받고 있으며, 뇌전증 지속상태로 하루에도 대발작을 수십 차례 한다.

그런 중증인 자녀임에도 지역에서 초·중·고 12년간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았으며. 현재는 활동지원사 두 명에게 교대로 8시간의 돌봄을 받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여전히 부모의 몫이지만, 언젠가는 24시간 활동지원이 마련되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 중증의 장애를 가져도 지역사회에서 “잘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경련이 일어나면 진정제 주고,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해 잘 생활하고 있다. 지금 현재 법률로도 최중증인 제 딸은 살아간다. 최중증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오면 1차 병원부터 종합병원 다 있고, 의료적 지원이 가능한 활동지원사를 만들어 엄마처럼 촘촘히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돌보는 차원에서 ‘어려워 어려워’만 하면 접근 못 한다. 그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하는 식을 고민해야 한다. 왜 안된다고만 하냐”고 울분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2만 9000명 거주시설에 사는 발달장애인들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고 기본적 권리를 못 찾고 있다. 그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 도움이 안 돼서 시설에 보내지게 된 것이고 ‘여기 갇혀 살아야돼’ 란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냐”면서 “왜 그들에게는 시민적 권리가 없냐. 안전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냐. 탈시설지원법은 당사자성을 띤 법률로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탈시설정책을 우려하는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에게도 “그 심정 백번 이해한다. 갑자기 탈시설법 만든다고 하면 불안이 엄청날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불안해하는 부모들을 설득해주고 국가를 믿고 따라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촘촘하게 서비스를 지원하려면 반드시 예산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국회방송캡쳐

■시설퇴소 압박 ‘벼랑 끝’, “선택권을 달라”

반대 측 의견으로 참석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는 31세 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다. 20살 때까지 집에서 돌봄 이후, 21세부터 10년간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의사표현도 하지 못 해 자립할 수 없는 중증의 발달장애며, 정부의 탈시설 정책 추진 이후 시설 퇴소 압박에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탈시설지원법은 당사자들의 의사결정권을 배제하고 강제 독립시키는 폭력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국 시설 입소자 80%인 발달장애인의 의견을 무시한 강압적인 불통의 정책”이라면서 “시설 이용 희망자와 대기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부정하며, 보호받아야 할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선택 기회도 없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절박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탈시설이 장애인 인권 보장임을 주장하지만, 의사 표현조차 못 하는 발달장애인을 강제로 자립시키는 ‘인권범죄’이며,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설 이용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비장애인에 비해 노화가 빨리 오는 발달장애인들의 여생을 위한 노인요양시설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특히 김 대표는 ‘당사자 선택권’을 가장 많이 언급하며, “장애인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탈시설 시범사업을 하며 어떻게 600명 이런 식으로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냐. 시설이 필요해서 시설을 선택했으면 그 선택권을 인정하고 보장하라”고 피력했다.

10년간 아들의 시설 생활에 대해서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시설이 인권침해나 악의 상징인 것처럼 유도하는데 좋은 시설도 많이 있고, 가정보다 더 많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왜 평생 시설에 있으면 안 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의 행복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 아들이 시설에서 자립지원주택으로 나왔을 때 안전 문제도 있고, 인권침해를 당해도 구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조건 다 나와서 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 상태에 맞게 어디서 살든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왼)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오)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국회방송캡쳐

■“발달장애 키우는 부모 마음 이해” 눈물도

이 같은 중증장애인 부모의 첨예한 찬반 대립에 국회의원들 또한 누구의 편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설이라는 공간 자체가 갖는 본질적 한계가 명백하다. 시설에 머무는 순간 사생활 권리, 평범하게 사랑하면서 살 꿈도 억압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발달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는 보호자로서 탈시설에 대한 우려와 걱정 크신 부모님들의 심정도 알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특히 강 의원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재작년부터 발달장애인 가정의 동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 함께 있으면서도 죽음을 택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면서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의 현실을 되뇌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미애 의원(국민의힘)도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역지사지로 제가 엄마 입장이면 어떻게 할까 고민해본다. 이런 논의가 있다는 것이 늦었지만 좋은 출발”이라면서 “탈시설이 가능한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탈시설 방향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고 양쪽 부모 입장에 대해 공감했다.

(왼)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오)보건복지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국회방송캡쳐

■첨예한 찬반에 복지부 뒷짐만? 질타도

탈시설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한 찬반 의견에 뒷짐만 진 보건복지부의 태도에 대한 책임도 도마위에 올랐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꾸 양쪽으로 가르려고 하는 것 같다. 복지부는 너무 뒷짐만 지는 것이 아니냐”면서 “20년간 탈시설운동을 했는데, 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느냐. 이제야 탈시설정책을 계획하고 올해 24억원 반영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에 공청회장에서 자리한 염민섭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단순히 시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기본적인 소득보장, 자립에 필요한 활동지원, 직업 재활 등의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앞으로 시범사업을 3년간 진행하는데 당사자들과 소통해서 잘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탈시설 로드맵이 잘 안되는 이유가 뭐냐”는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대해서는 “스웨덴이나 외국사례를 보면 탈시설을 추진하는데 30, 40년이 걸린다. 저희도 20년을 잡고 있다”면서 “시설에 거주할 때보다 밖에 나왔을 때 삶의 질이 나아져야 한다. 충분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급격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시간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왼)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오)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국회방송캡쳐

■최혜영 VS 이종성 여야 장애인 의원 간 팽팽

여야 장애인 의원들 간의 탈시설 정책 찬반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가 있다는 반면, 탈시설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선택권을 달라는 목소리다.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한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우리가 공급자 중심에서 당사자 권리 중심의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시설을 범죄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그러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의무가 누구고, 예산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의원은 “탈시설 관련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2008년도에 비준했는데 너무 늦지 않았냐.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고 주거 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의 근거가 미비해서 한계가 있다. 근거를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고 강조했다.

반면,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현재 국회 정문 앞에 100여명의 발달장애 부모님들이 소복을 입고 절규하고 계신다. 탈시설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불행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이라면서 “어느 한쪽 맞다, 틀리다가 아닌 서로 간의 갖고있는 생각, 고통, 아픔을 꺼내놓고 같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의원은 “코로나 시국에 동반자살 터지고, 매형이 중증장애인 처남 3명을 돌보다가 방화를 저지른 참사가 있었다. 복지서비스 체계를 소홀히 한 비극적 성적표다. 가족에게 보호되고 있는 장애인에게 조차도 충분한 서비스를 못 하는데 시설에 있는 장애인을 무조건 꺼내자고 강권하기는 힘들다”면서 “획일적 정책 목표가 아닌,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목소리를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무조건적인 탈시설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공청회 종료를 선언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여러 가지 법안들에 대해 진술인, 현장에 계시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감사히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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