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 더 취약한 장애인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언론에서 많이 지적된 장애인거주시설 일괄적 코호트격리와 비장애인과 같은 자가격리 기준, 그리고 이동지원에 대한 사각지대까지, 관련 법에서조차 구멍이 ‘숭숭’ 난 상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법연구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함께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코로나19와 장애’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코로나19가 파고든 장애 분야의 취약성을 분석해 법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법무법인 더함 신재윤 변호사.ⓒ에이블뉴스

■거주시설 취약, “일률적 코호트격리 방지”

먼저 법무법인 더함 신재윤 변호사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코로나19 감염 취약성을 들며, 일률적 코호트격리를 통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25일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코로나19 확진 장애인은 177명으로, 전체 인구 감염률(1.71명) 대비 4.1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코호트격리 조치를 시행했지만, 감염 위험 높일 수 있다는 점, 위험시설로 낙인 효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인권침해 등의 여러 차례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신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에 코호트격리 내용이 나와 있지만, 집단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거 규정이 되기는 어렵다”면서 “일률적 코호트격리 방지를 위해 조치 필요성에 대한 재심사, 기간 설정 의무 등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 자체가 감염병 상황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으며, “탈시설법 제정을 통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에이블뉴스

■비장애인과 같은 자가격리 ‘NO’ 재검토 필요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는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자가격리’가 장애인이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도 어렵다며, 감염병예방법 안에 혼자서는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장애인 등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언론에는 활동지원사 대체인력을 제공 받지 못해 혼자 14일간 버틴 사례, 가족이 방호복을 입고 지원한 사례, 발달장애인 가족이 함께 입원해 격리돼 지원한 사례 등의 장애인 자가격리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 따르면, 장애인의 자가격리에 대한 내용은 ‘불가피한 경우 함께 거주하는 사람 등과 공동격리할 수 있다’는 내용 외 구체적인 방법 등은 나와 있지 않다.

정 변호사는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자가격리의 방법과 수칙을 일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서 혼자서는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장애인 등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법 개정이 필요함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법령에 ‘가족의 공동 격리 외에도 최소한의 장애인에게 자가격리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장애인 자가격리 방법과 절차의 최소한의 원칙을 추가로 법 시행령 별표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에이블뉴스

■감염 취약계층 한정, “장애인 모두에게 백신을”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건강권’에 집중해 마스크 확보 및 착용, 선별진료소 등의 방역 문제, 치료 관련 사각지대를 짚으며, 감염병예방법상 감염 취약계층에 모든 장애인을 포함해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각종 재난 관련 법률상에 안전취약계층 고려 내용이 없으며, 감염병예방법상 감염 취약계층에 한정된 기저질환자, 저소득층 등만 고려된 현실”이라면서 법상 감염 취약계층에 모든 장애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든 장애인 포함이 어렵다면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는 장애인 ▲스스로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 ▲손을 사용해 이동하는 장애인 ▲표면을 만져 정보를 습득하는 시각장애인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등이라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감염 취약계층에 한정된 기저질환자,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만 우선 접종되고 있다. 모든 장애인이 먼저 맞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과 배분이 필요하다”면서 “예방접종센터의 장애인 접근 환경과 백신을 맞는 활동지원사의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에이블뉴스

■발 묶인 중증장애인, “감염병 위기 시 이동권 보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는 ‘이동권’에 집중해 장애인이 선별진료소 이동, 이동지원서비스 중단 문제 등을 짚으며, 감염병 상황에서의 장애인 이동지원 내용이 관련 법령에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통해 선별진료소로 이동을 요청했지만, 감염을 우려한 기사들이 콜을 거부했으며, 119구급차에 휠체어리프트를 갖춘 차량이 없어 휠체어를 두고 이용한 피해가 발생했다.

또 장애인콜택시 또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이유로 다른 시․군 이동 시 병원 이용 외 운행을 중단해 이동지원이 필요했던 중증장애인의 발이 묶이는 사례도 있었다.

나 변호사는 “국내 법령 중 감염병 상황에서 별도의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을 규정한 것은 없다”면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개정해 감염병 위기상황 속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강구하고, 특별교통수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표준조례’ 속 감염병 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목적지가 운행지역 외일 경우 이동지원센터에서 목적지까지의 연계․환승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준형 사무관.ⓒ에이블뉴스

■“복지부 원칙은 코호트격리 금지”, “감염 취약계층 확대 개정”

이 같은 지적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준형 사무관은 “원칙적으로 복지부에서는 코호트격리를 안내하지 않는다”, “감염 취약계층 확대 부분은 개정 중”이라고 답했다.

먼저 박 사무관은 “시설이나 지자체에 안내할 때는 코호트격리를 하지 않고, 분산 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난점은 의료나 방역 차원에서 집단감염 발생 시에 조사팀이 나가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장애인 부서에서는 입장에서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한계점을 말했다.

또한 감염병예방법 속 감염취약계층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12월 개정해 6월 시행된다. 하위법령에서 위임되고 있는 부분을 담당 부서에서 준비 중”이라면서 “법률에 규정된 것보다는 더 넓히는 수준으로 개정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사무관은 건강권 관련에 대해서도 “질병관리청과 논의해서 예방접종센터 운영 의견을 전했다. 현재 몇몇 센터에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AAC 그림판 등이 비치된 상태다. 나머지 의료적 부분은 질병청과 노력해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 사무관은 “복지부 뿐 아니라 다른 부처와도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필요한 자원 확보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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