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연맹(이하 한국DPI)이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진행한 ‘제11회 장애인당사자 심포지엄’ 전경. ⓒ에이블뉴스

장애인활동지원법, 장애인복지법, 우선구매특별법 등.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장애인 관련 법은 20가지가 넘지만 정작 가장 어려움을 겪는 소수장애인들은 타 장애인과 동등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같은 장애인이지만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각종 복지정책과 법제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는 것이다.

소수장애인을 위한 지원정책, 지원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구체적 인원수 파악, 욕구파악 등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장애인연맹(이하 한국DPI)는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제11회 장애인당사자 심포지엄’을 갖고 소수장애인이 처한 문제를 진단하고 소수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시청각장애인의권익옹호를위한손잡다 조원석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청각장애인 지원 ‘전무’ 지원체계 필요=시청각장애인의권익옹호를위한손잡다 조원석 대표는 시청각장애를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시청각장애는 시각과 청각의 기능이 손상돼 두 감각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을 뜻한다. 즉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모두 갖고 있는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의 정도는 단순히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각각에 의해 갖는 문제들의 합으로 보면 안 된다.

두 장애로 인해 정도가 매우 복잡해지고, 때로는 전혀 다른 형태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미국은 국차차원의 시청각장애인 지원체계를 가장 먼저 실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헬렌켈러 사례를 통해 일찍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자리잡았고,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논의되면서 1960년 시청각장애를 별도의 장애로 인정하고 지원을 명시한 헬렌켈러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설립된 헬렌켈러 센터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미 전역에 10개의 지부를 두고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헬렌켈러법 제정 후 50여년간 시청각장애인 지원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왔으며, 헬렌켈러센터 외에도 지역단위의 시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를 설립해 각종 복지기관에서도 당사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2007년 국내 최초의 시청각장애인 관련 조직인 한국시청각장애인자립지원회가 창립했으나, 내부갈등 문제로 해산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복지전문가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에게 시청각장애인 실태를 전달하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필요한 것은 당사자를 지원하는 전담기관의 설립하는 것이다. 여기에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제공인력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센터가 있어도 제공인력이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기존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원체계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년 주기로 실시되는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은 제외돼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실태조사에사도 시청각장애 학생에 대한 별도의 조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통계자료와 실태조사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기초자료가 된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실시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이다. 국내에서는 의사소통 양식으로 촉수화, 근접수화, 점화, 손바닥 필담법이 있다. 하지만 이 양식만으로는 소통하기 어렵다”면서 “당사자가 최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타인과 연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인지기호학연구실 윤은호 선임연구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부의 발달장애인 정책 속 자폐성장애인 ‘미비’=지난 9월 청와대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국가차원의 발달장애인평생케어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발달장애인들이 생애주기인 영유아기, 학령기, 청장년기, 중노년기에 맞춰 해당시기에 복지혜택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담겼다.

하지만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인지기호학연구실 윤은호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청와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평생케어종합대책은 자폐성장애인 당사자 지원과 거리가 있다.

발달장애인평생케어종합대책의 세부과제 중 하나인 ‘영유아 발달장애 검사지원’이 경우 검사지원 대상을 제한하다보니 자폐성장애를 가졌으나, 이를 모르는 성인기 대상자에 관한 검사지원은 일언반구 조차없다.

‘방과후 돌봄서비스’은 당사자에게 방과 후 2시간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해야하는 자폐성 당사자와 경계선 당사자가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육·복지·고용 연계를 통한 통합서비스 지원’ 속에는 전환기 이후 대학교에 진학하는 자폐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담겨있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는 특수학교를 다니는 지적장애인을 중심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윤 연구원의 설명이다.

세부과제인 ‘맞춤형 훈련 및 일자리 지원’에 대해서는 최소 대학수학 능력을 갖춘 자폐성장애인을 위한 맞춤직업 훈련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처럼 운영된다면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자폐성장애인은 단순한 기술만을 배워야 한다는 것.

‘발달장애인 권익옹호전문가 양성’의 경우 지적장애인 분야에서만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양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연구원은 “내용을 살펴보면 학사 이상을 취득한 자폐성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지적장애인만 수혜받기 딱 좋은 정책들만 모아놨다. 자폐성장애인들이 요구한 것 가운데 받아들여진 것은 공공신탁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폐성장애 정책은 한번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계 영역에 속한다. 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발달장애인평생케어종합대책)은 자폐성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마련했어야 한다”면서 “다시한번 정부의 사과와 함께 분발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긴급상황 이동지원 ‘부족’ 신장장애인 울상=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은 "신장장애인에게 적절한 이동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장장애인에게 특성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장애인은 신장기능의 저하로 3개월 이상 투석을 하거나,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 가운데 장애등급심사를 통해 등록을 한 사람을 뜻한다. 내부기관장애의 한 유형으로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2000년부터 법적장애의 범주에 포함됐다.

과거 신장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의료적 지원이었다. 신장장애인의 경우 매주 월수금 3일을 투석받아야 하는데, 2002년 전에는 지원이 없어 의료비를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만 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었다.

의료비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었지만 이동지원은 전무한 실정. 신장장애인은 투석 후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고혈압, 저혈압,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 등 위험에 노출된다. 투석 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특성화된 이동지원이 필요하다나는 게 이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신장장애인 가운데 투석을 하는 사람은 2급, 신장을 이식한 사람은 5급을 받는다. 투석하는 신장장애인은 중증장애인이지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현행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권 보장에 관한 법률(제9조)는 장애유형 및 정도, 모성보호, 성별 등의 특성에 따라 이동편의, 의료기관 이용 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신장장애인은 매년 4000명씩 급증하고 있고, 주 3회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동수단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신장장애인들은 병원이용이 다른 장애유형보다 힘들다. 특성화된 이동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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