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진행된 공청회에서 충북대학교병원 박종혁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 등에 의료장비·기기의 접근성에 관한 조문을 추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의료기기 산업육성을 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의료기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충북대학교병원 박종혁 교수는 31일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충북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인 건강권법 공청회'(주제: 장애인 의료접근성, 의료기기 이대로 좋은가?)에서 이 같이 피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서비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의료기기 접근성 때문에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가량 적절한 의료제공자와 기관을 찾지 못하고, 새 배 가량 높은 거부을 당하고 있다. 부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비장애인에 비해 4배 가량이나 된다.

우리나라 역시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은 미흡하기만 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의료접근성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지만 의료기관의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의 편의성을 고려한 의료장비와 기기가 없어 당사자의 의료접근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지만 국내 의료기기 업체는 배리어프리 의료기기 개발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기 업체는 비장애인의 사용성에 맞춰 의료기기 개발과 보급을 하는 실정이다.

배리어프리 의료기기는 의료현장에서 장애인과 의료진의 사용성을 높여줄 수 있도록 기존의 의료기기 제품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임피던스체지방측정기(누운 상태에서 측정이 가능한 체지방 측정기), 앉아서 촬영이 가능한 유방촬영기 등이 있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배리어프리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장애인과 의료진의 요구를 반영한 의료기기 개발 부진으로 연결돼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배리어프리 의료기기는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이다. 장애인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시장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의료기기 업체는 경제성 부진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건강권법 또는 의료기기법 안에 장애인 의료기기 접근성 보장 및 산업 육성에 관한 조문을 추가해 배리어프리 의료기기 산업 육성에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오상윤 팀장(사진 좌)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사진 우)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토론자들도 배리어프리 의료기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오상윤 팀장은 "배리어프리 의료기기는 그 자체로 사회적 보호계층의 건강권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산업육성의 필요성이 있다. 고령사회 진입과 관련 국민의료비 부담이 증가될 것을 대비해 과학 기술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틈새시장 공략이 용이한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인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리어프리 의료기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연구자 주도의 과감한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품질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매출증대와 장애인 및 고령자의 편의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기산업의 적극적인 유입이 필요하다. 또한 국산의료기기의 사용 활성화를 위해 관련되는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장애인검진센터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검진센터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검진장비의 개발과 보급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들은 장애인 맞춤형 의료기기(배리어프리 의료기기)를 만들어도 수요가 적어 개발과 생산에 뛰어들 수 없다고 한다"면서 "그렇다면 장애인에 한정짓지 말고 노인과 임산부, 장애인 등 약자들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용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