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포괄적 관점에서 재난관리체계 토론회'에서 국립한국복지대학교 장애인행정과 김승완 조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재난안전의 전반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재난안전은 전 국가적으로 우선순위가 됐고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해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여러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포괄한 재난관리체계는 없는 실정이다. 재난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제3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에는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대책을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규정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법률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비롯해 수십여개가 있지만 장애인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한국복지대학교 장애인행정과 김승완 조교수는 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포괄적 관점에서의 재난관리체계 토론회'에서 문제점과 개선방안를 설명했다.

■장애포괄적 재난관리체계 '없다'=김 조교수에 따르면 장애포괄적 재난관리체계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관리체계가 아니다. 재난관리의 전 과정(예방·대비·대응·복구)과 계획에서 장애인의 관점을 주류화 시켜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책 및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포함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체계 속에는 재난 시 장애인지원에 대한 포괄적 접근의 근거는 물론 재난관련 법령이나 계획에 구체적으로 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안전혁신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제3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을 수립했다.

계획의 내용에는 재난에 관한 대책, 생활안전, 교통안전, 산업안전, 시설안전, 범죄안전, 식품안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안전관리에 관한 대책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규정은 전무하다.

법령에서도 장애인은 재난관리체계 속에서 빠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재난과 안전에 관련한 법률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2004년 3월 제정)'과 자연재해대책법(1995년 12월 제정)을 비롯해 27개가 있다. 부령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규칙' 등 25개가 제정돼 있으나 장애인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근거조항은 없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은 피난용 통로 확보, 점자·음성·문자 안내판 설치 등 장애인 관련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법령 간 중복되는 안전기준이 존재해 관리체계가 미흡한 상태다.

■한국엔 '없는' 미국 재난관리 장애통합부서 =김 조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에는 장애인을 고려한 재난관리를 책임지는 장애통합부서(Office of Disability Intergration and Coodrination)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 장애통합부서는 장애인과 다른 기능적 필요가 있는 개인들이 지역사회의 비상관리의 모든 영역에서 통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이 부서는 2012년에는 재난생존자에게 접근가능한 의사소통기기를 제공할 수 있는 재난복구도구를 개발·보급했고 2013년에는 장애인 통합조정부서를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또한 2014년에는 장애인통합조정부서의 수화통역사 자리를 마련하고 2015년에는 장애단체와 협약서를 작성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장애인법 (ADA)를 통해 지방정부의 의무에 따른 장애인 재난지원을 단계별로 규정하고 있다.

재난관리 계획 수립의 모든 단계에서 장애의 유형과 장애인들에 대한 자료를 통합해 재난관리를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재난 발생 시 장애인에 대한 주(state)의 제공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스스로가 대피할 수 있도록 공동체 대피계획에 대한 강화방안을 정책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장애인을 위한 대피소 운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대피소의 경우 장애인을 돕는 동물(시각장애인보조견 등)과 분리되지 않도록 하고 이동성을 저해하는 장벽(턱 등)을 제거하고 청각장애인의 접근을 위한 통신제공 등에 관한 사항을 점검하는 것 등이다.

특히 미국 법무부의 시민권 부서에서는 재난예방 과정에서 장애인을 포괄하기 위해 2008년 지방정부를 위한 장애인법 이행 가이드인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긴급재난대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긴급재난 대응시 장애인법을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장애인법 조정과정(ADA mediation program)을 통해 장애인의 시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 조교수는 "현재 장애인의 재난관리체계와 관련된 부처는 있으나 장애인의 재난관리를 전담하는 부처와 팀, 담당자가 없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예방·재비·대응·복구 과정에서 특별한 지원을 지원·계획하고 관리할 전담부서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유형의 다양성으로 인해 사전에 이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실제 재난발생 시 대응에 한계가 있다"면서 "장애인의 재난지원계획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현행 지방정부 중심의 재난관리는 예산·계획의 형식성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방향에서조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계획수립 지침에 기초한 방향설정은 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장애인이 갖는 특성을 고려해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왼쪽부터)지방공기업평가원 노성민 선임전문위원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승협 과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재난관리체계 개선돼야 '한목소리'=토론자들도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고 의견을 나타냈다.

지방공기업평가원 노성민 선임전문위원은 "장애인을 위한 재난대비, 유의사항을 담은 매뉴얼은 보건복지부 등에서 발간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혼재돼 있다. 장애유형에 따라 실제적인 피난방법을 예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단계별 대응요령만 담고 있다"면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연구를 기반으로 추가적으로 장애유형별 재난안전위기 매뉴얼을 제작해 교육·홍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승협 과장은 "장애감수성이 없는 정책전문가들은 장애인이 모두 동일한 행동특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오류를 범한다.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유형별로도 행동특성에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장애유형과 행동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정보를 파악한 후 장애포괄적 재난관리체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팀장은 "우리나라 재난관련 법령이나 제도에서는 장애인 재난대책과 관련한 근거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에 장애인 재난 관련조항을 마련하고 이와 관련한 하위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포괄적 관점에서 재난관리체계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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