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부터 본격화된 장애기본법 제정 운동, 정화원 의원이 장애인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일부 논의가 있었지만 끝내 기본법 제정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장애기본법이란 무엇이고, 왜 제정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풀지 않을 수 없다. 11년간 수면 속에 있던 장애기본법, 이번 20대국회에서는 떠오를 수 있을까?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등으로 구성된 장애기본법제정추진연대는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기본법 제정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 제정의 필요성과 장애기본법 초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장애인연맹 김대성 회장,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동일 교수.ⓒ에이블뉴스

■UN CRPD 효력, 장애관련법 중심적=먼저 ‘장애기본법’ 속에는 ‘UN장애인권리협약’이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관해 상세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협약 내용을 반영하는 실질적인 국내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동일 교수는 "현재 UN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권리 침해를 당했다고 행정 소송을 걸면 그 협약을 근거로 재판이 불가능하다. 국제적인 조약을 국내 실정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는 조약에 불과하다"며 "장애인권리협약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장애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리협약에 담겨져 있는 철학과 목적을 국내 상황에 맞는 골격 유지, 주무부처에 산재되있는 관계법령들 간의 체계성 정립, 그리고 권리실현의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장애기본법’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즉, 헌법을 최상위법으로 해 장애관계법령을 아우르는 상위법적 성격을 갖는 법이다.

주요 내용은 장애와 관련한 국민의 권리를 동정, 시혜적 차원이 아닌 모든 국민에 대한 보편적 권리로 인식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 정의 또한 신체, 정신적 기능과 능력의 제한뿐 아니라 사회적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사회참여의 제약으로 규정했다.

또한 국무총리 소속의 장애정책위원회를 둬서 장애정책에 관한 기본 계획 등을 심의토록 했다. 정책결정과정 및 정치참여에서도 장애인의 참여를 규정했으며, 국제협력, 장애정책영향평가, 차별금지, 교육, 근로 및 노동, 소득보장, 인식개선 등의 조항도 함께 담았다.

전 교수는 “현재 청소년기본법, 여성을 위한 양성평등기본법 대부분 관련 기본법이 제정되있지만 장애인 부분은 오히려 뒤쳐져있다”며 “장애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장애인복지법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서 폐지하거나 장애인복지서비스지원법으로 대체하는 안 등을 다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DPI 김대성 회장은 "장애기본법은 장애진영의 요구를 한곳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에서 시작됐다. ‘장애인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냐’는 기본 철학을 담고 있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을 없애는 탈시설의 기본 원칙, 차별금지, 자립생활 등의 기본원칙을 장애기본법에 담아서 국가가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기본법이 실효성이 있냐 라는 분들이 있지만, 강제조항의 경우는 개별법에서 넣을 수 있다. 기본법은 기본철학과 국가의 책무, 바이블 같은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본법에 따라서 개별법에서 강제조항을 통해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기본법제정추진연대는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기본법 제정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 제정의 필요성과 장애기본법 초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에이블뉴스

■“장애기본법 제정 필요…선언적, 부실 조항”=이 같은 장애기본법 제정 목소리에 토론자들도 장애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법안 속 아쉬운 점을 꼬집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이석구 정책위원장은 "장애기본법은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 실현을 위해 협약의 기본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찬성을 한다"면서도 "선언적인 철학과 이념만이 강조되어선 안 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구체적인 의무와 역할을 분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책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조항 속 "장애인지적 예산 도입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장애인지관점의 반영으로 수정해 장애인지예산, 장애영향평가 등의 구체적 정책과 제도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애기본법 구성안에 장애아동에 관한 부분이 빠져있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아동에 대한 부분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장애정책 지역계획, 장애정책위원회 사무국, 국제협력 등은 기존 장애인복지법에 없는 내용이어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후 장애정책의 기본시책 내용은 장애인복지법의 내용과 본질상 차이가 없고 내용도 상징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장애 정의를 사회정치적으로 정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장애기본법의 정의가 기존 장애 관련 법률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냐"라며 "법 적용에 있어서 일반법보다 특별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장애 관련 법령에서의 장애 정의를 일일이 개정하지 않은 한 장애기본법의 장애 정의는 법률 간의 또 다른 모순적 요소를 양산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노임대 정책실장은 “전적으로 장애기본법 제정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법안 속 장애정책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고 있는데 대통령 소속의 조직으로 위상을 높여서 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며 “위원회 구성도 장애당사자와 장애인 부모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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