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법과 제도 내에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시행된 지 두 돌을 넘긴 성년후견제도가 여전히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한 목소리가 나왔다.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3일 개최한 '법과 제도 내에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다.

성년후견제도는 심신의 장애로 판단능력이 상실됐거나 불완전한 상태인 대상자가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잔존능력을 이용해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성년후견과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등 4개로 나뉜다.

먼저 성년후견은 과거 금치산제도와 비슷하다.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되면 성년후견인은 법정대리권, 법률행위 취소권,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결정권을 가진다.

한정후견은 과거 한정치산제도와 유사하다.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가정법원이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선고하면 피한정후견인은 일정한 범위의 행위를 할 때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정후견과 임의후견은 기존에 없던 제도다. 피특정후견인이나 피임의후견인의 행위능력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과 크게 다르다.

특정후견은 취소권과 동의권이 없고 대리권만 갖는다. 이런 점에서 특정후견은 민법상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임의후견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계약에 따른 후견을 뜻한다. 장애와 질병, 노령 등으로 대리인이 필요하나 무조건 대리인을 밑고 맡길 수 없는 사랑황에서 누군가가 감독해주기 원할 때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날 토론자들은 성년후견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왼쪽부터)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소장과 인하대학교 박인환 교수,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정책위원. ⓒ에이블뉴스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소장은 "정신적 장애가 없으나 신체적으로 의사표현이 안되는 경우 성년후견제도에 따라 피후견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법적 내용을 이해 못하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성년후견제도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도구나 기술, 시스템 개발 등 발달장애인들이 의사소통을 제대로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성년후견제도보다는 발달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하대학교 박인환 교수는 "행위능력 제한과 의사결정 대행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는 성년후견제도는 앞으로 개선해야할 내용들이 많다. 앞으로는 민법을 전반적으로 개정해서 성년후견제도를 의사결정지원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당장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학대와 착취, 폭력,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장애인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정책위원은 "후견인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평등권과 재산권, 자유권, 참정권, 자기결정권 등을 통째로 박탈당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다. 아무리 개정을 해도 헌법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년후견제도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조력의사결정제도와 피플퍼스트 운동 등 우리 제도 밖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이용해 발달장애인들의 의사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성년후견제도는 의사조력을 위한 선택지 중 하나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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