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물(이하 공보물)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라는 의견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및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4·27보궐선거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은 후보자들의 정확한 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5조는 공보물은 필수가 아닌 후보자의 선택사항으로 되어 있으며, 그나마 제공되는 공보물도 그 면수 제한으로 인해 책자형 공보물의 내용과 동일한 내용을 담지 못해 시각장애인들의 선거 정보접근권에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지난 ‘6·2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공보물 제작 비율이다.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이석현 의원이 중앙선관위로 부터 제출받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점자형 선거공보 제출현황’을 살펴보면 후보자들의 비용부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군수·구청장 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약 49.5%(780명 중 387명), 시·도의원 후보자의 약 71.2%(1779명 중 1267명), 시·군·구의원 후보자의 약 81.5%(5862명 중 4780명)가 공보물을 제작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제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후보자들의 기초자료도 제공하지 않은 채 참정권을 행사하라는 것으로 사실상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그나마 제공되는 공보물에서도 시각장애인은 선거정보물의 차별을 심하게 받고 있다.

동법 제65조 2항에는 책자형 선거공보를 대통령선거는 16면 이내, 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서는 12면 이내, 지방의회의원선거에선 8면 이내로 작성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은 동조 4항 점자형 선거공보 관련 규정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에 대한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규정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일반 공보인쇄물의 경우 1면에는 선거명, 선거구, 선거후보자를 명시하도록 되어 있고 2면에 후보자 공개자료를 기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점자공보물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1면은 정보를 수록할 수 있지만 2면에 기재되는 후보자들의 정보공개는 공보물로 전체를 출력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3면에서부터 제공하는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 및 선거정보는 일반 인쇄물의 1/2.5정도만 수록할 수 있어 사실상 반쪽짜리 공보물을 시각장애인은 보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공보물의 면수제한을 일반인쇄물과 동일하게 적용하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점자는 글자의 크기를 변경할 수 없고 훈민정음의 한 자를 점자는 보통 3에서 6칸을 사용해 그 부피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을 지닌다.

이에 대해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이병희 정보직업팀장(점자출판)은 “같은 양의 글을 점자로 출력하게 되면 약 2.5배에서 3.2배정도 더 면이 증가한다.”라며 “공보물을 출력하게 되면 절반의 내용을 칼질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한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점자공보물에 대해서는 면수제한을 폐지해야 동일한 정보를 시각장애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석현 의원과 윤석용 의원은 지난해 12월 ‘점자공보물 의무화 , 점자면수제한’을 폐지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중앙선관위의 소극적인 자세와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으로 오랜 시간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의 정보제공의무는 헌법 및 장애인복지법, 국제장애인협약 등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특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참정권) 3항 ‘공직선거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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