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9월 13일 장애등급심사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했다. 장애심사센터 건물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가 뇌변병장애인의 등급 판정 기준인 수정바델지수를 전면 개정, 오는 4월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기준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면개정이 아닌 수정바델지수의 등급별 점수 변경만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장애인계의 비판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은수 의원(민주당)은 11일 성명서를 발표, “복지부는 2011년도 예산심의 자리에서 부대결의를 통해 가장 문제가 심각했던 뇌병변장애인의 등급판정기준인 수정바델지수에 대해 전면수정을 겨우 약속했다. 하지만 이 최소한의 약속마저도 저버리고 있다”면서 “현재 복지부가 개정 추진 중인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은 복지부가 약속했던 전면수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뇌병변장애등급판정기준의 개정 방향은 대한재활의학회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추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발표된 연구용역 결과 기존 수정바델지수를 그대로 사용한 채 등급별 항목 점수만 10점 내외로 조정했으며, 편마비 장애인 관련 기준만 수정된 상태다. 결국 대한재활의학회가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결과에서 약간의 수정만 이뤄진 것.

특히 박 의원은 “오히려 11월 당시 연구 보고서가 수정바델지수의 측정지표 중 계속 논란이 돼왔던 배변·배뇨지표를 삭제하는 것으로 최종수정안을 내놓은 반면, 최근 연구안은 ‘배변·배뇨를 제외한 판정안의 경우 과상향의 우려가 있다’며 배변·배뇨 지표를 존치하는 것으로 수정돼 있다”며 “이 같은 결과는 연구과정에서 복지부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축된다. 결국 복지부를 비롯한 MB정부가 최소한의 수정조차 거부한, 그리고 국회 및 장애인과의 약속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기존 뇌병변 1급 기준은 타인의 도움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지속적인 비가역적 혼수상태로 수정바델지수가 24점 이하인 사람이다.

반면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서는 뇌병변1급 기준을 보행과 모든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에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수정바델지수가 32점 이하인 사람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2급의 경우에는 수정바델지수 점수가 기존 25∼39점에서 33∼53점, 3급은 40∼54점에서 54∼69점, 4급은 55∼69점에서 70∼80점, 5급은 70∼84점에서 81∼89점, 6급은 85∼94점에서 90∼96점으로 변경됐다.

등급별 기준 점수가 기존 점수보다 6~15점 가량 완화된 셈. 단, 1~3급 기준에는 ‘한쪽팔의 마비로 일상생활동작 수행여부(1급은 한쪽다리 포함)’ 내용이 포함됐다.

박 의원은 “복지부는 연구안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거의 이번 용역 결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데, 공청회의 홍보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배변·배뇨 등의 항목조차도 전혀 바꾸지 않은 이 상태에서 전면수정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 같은 개정에 대해 강력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도 11일 성명서를 내고 “뇌병변장애는 신경마비로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장애와는 다르며, 감각적 느낌은 비장애인과 같다”며 “그럼에도 복지부는 배뇨 감각을 판정기준으로 내세워 감각을 느낄 수만 있으면 10점을 배정하고 있다. 이는 복지부가 뇌병변장애의 특성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뇌협은 또한 “휠체어를 이용해 스스로 이동할 수만 있어도 5점을 배정한다. 이는 복지부가 뇌병변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 일부와 같다는 보편적인 인식조차 갖지 않은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뿌리깊이 박힌 근본적인 문제부터 파헤치고 되짚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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