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되었다. 그러니까 30년 전의 장애인복지법 제정 때도 편의시설 조항은 있었다.

「심신장애자복지법」(제정 1981.6.5 법률 제3452호) 제13조(편의시설) 도로·공원·공공건물·교통시설·통신시설 기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자는 심신장애자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설비를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 제13조의 편의시설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있으나마나 한 조항에 불과했다. 그래서 제정된 것인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인데 이 법에서 편의시설은 필수조항이 되었다.

필자 사무실의 엘리베이터 내부 ⓒ이복남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제정 1997.4.10 법률 제5332호) 제3조(편의시설 설치의 기본원칙) 시설주는 장애인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가능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산업의 발달과 함께 고층건물이 늘어나면서 장애인들의 이동보행에는 엘리베이터가 필수품이 되었다. 그동안 권고사항이거나 지키지 않아도 되었던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접근권이필수조항이 되면서 엘리베이터 즉 승강기에 관한 규정도 자세하게 나와 있다. 편의시설의 시행규칙에서 정한 장애인용 승강기의 규격은 13인용으로 900kg 이상이 되어야 한다.

공공시설이나 공중이용시설에는 13인용 900kg 이상의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벌금이나 과태료 그리고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지방세법 시행령에서는 200kg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사치성 고급주택으로 5배의 취득세를 중과세 하도록 되어 있었다.

필자도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가을 ‘장애인용 승강기는 사치성이 아니지 않느냐’는 어느 장애인의 항의(?)를 받고서야 지방세법에 대해 알아보고 ‘주택에 엘리베이터 설치하면 취득세 5배’(에이블뉴스 2010-11-12)라는 글을 썼었다.

국민신문고의 불가 회신 ⓒ행정안전부

그리고 국민신문고에 장애인용 승강기는 사치성이 아니므로 고급주택에 부과하는 취득세 5배라는 중과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달라는 민원을 신청했다. 얼마 후에 민원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민원 내용은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민원사항이 아니므로 취소를 하고 제안신청을 다시 해 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신문고에서 민원신청과 제안신청이 어떻게 다른 고 하니 민원은 기존에 있는 법이나 제도 중에서 이행이 안 되거나 잘못되어 바르게 해 주십사 하는 것이고, 제안은 말 그대로 법이나 제도를 개정하거나 새롭게 제안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지방세법 개정안은 민원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하고 다시 제안신청을 했다. 그런데 제안신청을 해 놓고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KBS 1TV 「시청자칼럼 우리사는 세상」에서 연락이 왔다. 취득세 5배를 물게 된 장애인이 직접 텔레비전에 나와서 지방세 개정을 요청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필자가 그 장애인을 찾아서 연락을 해보니 방송 출연은 불가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집을 지으면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구입했었다. 그런데 취득세를 5배나 물어야 된다는 것을 알고는 200kg 미만의 엘리베이터로 바꾸려 했으나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서 200kg미만 엘리베이터를 새로 사서 설치를 했다. 200kg미만 엘리베이터에 휠체어는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휠체어 2대를 하나는 1층에, 하나는 2층에 두고 사용하는데 휠체어를 타고 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아 전쟁 같다고 했다. 더구나 엘리베이터 교환도 되지 않아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했다.

필자와 전화를 한 사람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본인이 아니라 그 집의 건축을 총괄했던 친척 형이라고 했다. 지금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고 그리고 동생은 말하기도 어려운 뇌병변장애인인데, 남의 앞에 나서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국민신문고의 불가 회신 내용 ⓒ행정안전부

KBS 시청자칼럼 담당자에게는 장애인이 방송출현하기를 어려워한다고 얘기했지만 그래도 지방세법은 개정될 줄 알았다. 그러나 며칠 후에 온 국민신문고에서의 답변은 불가였다. 장애인용 승강기가 사치성으로 취급되어 취득세가 5배로 중과세 된다는 조항의 개정을 요청했는데 필자의 제안은 채택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신문고 민원제안 회신」(장애인 엘리베이터 관련)

1항부터 4항은 생략

5. 선생님의 경우와 같이 중증장애인의 편의상 필수불가결한 원인으로 설치하는 엘리베이터는 위에서 기술한 사치성 재산인 고급주택에 대한 중과세의 입법취지 등에 맞지 않으나,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경우 취득세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하여는 ① 중과제외 대상의 범위(장애의 종류 및 장애의 심각성), ② 일시적 취득 후 매각의 경우 유예기간 설정 및 추징범위, ③ 국세(양도소득세)와 관계, ④ 부동산 이전(매매, 증여, 상속 등)의 경우 새로운 취득자에 대한 중과(일반인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주택을 구입한 경우 중과세 대상에 해당됨)대상 여부 등 또다른 문제점을 초래되는 바, 이는 정부가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개선할 사항으로, 바로 개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돈 있는 사람이 좀 더 내라는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장애인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까지 사치성으로 5배의 중과세를 내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개인주택에는 살지도 말라는 것이냐. 장애인의 불편함은 정부에서 배려하고 보완해 주어야지 오히려 정부에서 부당하게 장애인을 압박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지방세법에서 엘리베이터에 관한 취득세 5배의 중과세 규정을 관련부서에서 개정하기가 어렵다면 다음 문제는 하나뿐이다. 장애인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나 국회의원이 나서서 엘리베이터 관련 지방세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는 방법 말이다. 서울에서 작은 아파트 하나 사는 값이면 시골에서 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는데 언제까지 사치성 고급주택의 기준을 엘리베이터의 중량에 두어야 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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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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