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은 3일 제15회 장애인자립생활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2 자립생활(IL) 컨퍼런스’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며 각 후보들이 장애인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장애계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알맹이가 빠지면 안된다”고 한목소리로 피력했다. 제목만 거창하고 실상 달라진 바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 절차를 또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 것.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은 3일 제15회 장애인자립생활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2 자립생활(IL)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대통령선거와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 유권자가 선택할 후보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 형태로 진행했다.

좌장은 한국아이엘연구소 윤삼호 소장이, 토론자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 박마루 사무총장, 한자연을 대표해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선윤 센터장이 자리했다.

각 당의 주요 후보들은 장애인 공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장애인 공약은 ▲장애인 당사자 중심 정책·서비스 결정체계 구축 ▲장애인 소득보장과 일자리·교육기회 확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생활 지원 ▲여성, 고령장애인 등 다중 차별 장애인 지원 ▲발달·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실시 등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 공약은 ▲장애인 이동권 확대(시외․고속․광역버스에 저상버스 투입, 장애인콜택시 확대) ▲개인예산제 도입 ▲4차산업형 인재 육성 및 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 ▲장애학생의 예술 교육 및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강화 ▲발달지연․장애영유아 위한 국가 지원 강화 등이다. 이에 대한 장애계 인사들의 평가는 어떨까?

‘장애인 유권자가 선택할 후보와 정책과제’ 토크콘서트 토론자들 모습.(왼쪽부터)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박마루 사무총장,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선윤 센터장.ⓒ에이블뉴스

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예년과 다르게 장애인들의 요구에 근접한 공약들을 내놨다. 눈여겨봤던 개인예산제, 탈시설, 돌봄 부분을 공통적으로 내포했다. 감수성이 예년과는 달라졌다"면서도 "공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내의 장애인 비례대표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장총련 박마루 사무총장도 "장애인 삶의 변화를 불 수 있는 공약 대부분이다. 소득, 자립생활, 안전, 교통수단 등이라 장애인 삶의 변화에 큰 역할할 듯"이라면서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은평늘봄IL센터 김선윤 센터장은 "장애인당사자 권리중심으로 공약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재난을 총괄할 수 있는 전담부서 신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공약했다는 것이 좋다"면서도 "소득보장 부분이 아직 기초수급이나 차상위에 머물러 있다. 교육도 통합교육보다는 특수교육 형식으로, 구분 지어진 부분이 아쉽다"고 의견을 냈다.

윤석열 후보의 핵심 장애인공약은 ‘개인예산제 도입’이다. 수요자 중심 복지로 전환해 주어진 예산 안에서 직접 본인이 원하는 활동지원 등 복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개인예산제는 시장이 형성돼야 하는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을까. 돈이 있는데 구매할 물건이 마땅치 않은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등급제 폐지처럼 알맹이는 빠지고 제목만 두는 폐단을 경험했다. 선택권 측면에서의 논의는 찬성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장총련 박마루 사무총장은 “개인예산제도를 도입하기에 해결할 부분이 굉장히 많지만 장애인들에게 자기결정권을 주자는 것이 핵심이 아니냐. 장애인도 자기주도권을 갖고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면서 “일단 전면적으로는 부담이 있으니 시범사업 하고 보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은 3일 제15회 장애인자립생활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2 자립생활(IL) 컨퍼런스’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은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다. 현행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로 격상해 부처별로 산재된 장애인정책을 실효성 있게 다루겠다는 것.

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이 길거리에서 외친다고 정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책 아젠다에 들어가야 하며, 그 핵심이 현재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다루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재하다 보니까 형식적에 그친다"면서 "정말 장애인정책을 추진하고 점검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상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국가장애인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총련 박마루 사무총장은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의 핵심을 '상설기구'라고 짚었다.

박 사무총장은 "대통령 산하의 국가장애인위원회의 핵심은 상설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 장애인정책을 수립하고 각 부처를 조정해야 한다. 상설기구가 아니면 일할 사람 없이 또 복지부에 넘길 것"이라면서 "누가 대통령 되든 간에 국가장애인위원회는 상설로 해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평늘봄IL센터 김선윤 소장은 "모든 유형을 대표할 수 있는 장애인 위원이 들어가서 장애인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제20대 대선은 사실상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경쟁체계로 가고 있다. 소수정당에서 아무리 좋은 장애인공약을 내도 묻힌다. 이에 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당선 가능성이 낮은 정당의 좋은 장애인공약도 실현될 수 있도록 후보자 간 견인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사무총장은 "심상정 후보의 공약을 보고 감탄했지만, 분석할때는 당선가능성 위주로 보다보니 소수정당의 좋은 의견이 실현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단일화한 안철수 후보의 공약도 괜찮은 부분이 있는데, 통합되면서 버리는 카드로 봐야 하냐. 두 정당간의 통합을 통해 공약 문제도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을 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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