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6일 총 159개 단체로 구성된 범장애계총선연대는 2000명이 집결, 장애인 비례대표를 당선권 안에 배정하지 않은 정치권을 규탄했다.ⓒ에이블뉴스DB

[2016년 결산]-④ 20대 국회

올해 2016년 장애계의 시작과 끝은 ‘투쟁’이었다.

정치참여가 물거품 된 제20대 국회에 대한 범장애계 투쟁을 시작으로, 3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발달장애 부모들의 릴레이 삭발, 활동보조 수가 동결에 대한 삭발, 1인 시위, 12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장애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적 이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외이동권, 장애등급제 등 풀리지 않는 장애계 숙제에 대한 투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네 번째는 장애인 비례대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장애계 흑역사 ‘20대 국회’다.

2016년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장애계에 남을 ‘흑역사’가 됐다. ‘한 자리를 당연히 주지 않을까’란 오만함과 안일함에 빠져 완벽한 어퍼컷을 당했다고 감히 평가한다. 당헌당규에는 없지만 각 정당은 암묵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배려 일환으로 장애인을 비례대표 우선권 내에 배정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2004년 제17대 당시 열린우리당 1번으로 여성 중증장애인 장향숙, 한나라당 시각장애인 정화원 씨를 시작으로, 제18대 4명, 제19대 2명의 장애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번 20대 국회도 당연히 우리의 몫은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염려되는 부분은 ‘숫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말 장애계는 엄청난 실연을 당했다. 각 당에서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 속 장애계 인사들은 모두 당선권 밖이었다. ‘장애인은 있지만, 장애계 인사는 아니다.’ 당사자들을 대변하고 장애계 이슈를 상임위 테이블로, 법안으로 이끌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정치세력화’의 핵심이었던 비례대표가 흔들리며 그 파장은 컸다. 장애계는 즉각 159개 단체로 구성된 범장애계총선연대를 꾸렸다. 2000여명의 당사자들이 여의도를 집결해 각 정당을 돌며 “정치권을 심판하겠다”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 후로 끝은 아니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처음으로 시도한 장애인 아고라 첫 회 주제를 ‘제20대 총선’으로 잡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더 큰 흑역사를 방지하기 위한 반창고 붙이기에 나섰다. “각개전투의 패배다”, “모래알 조직처럼 흩어졌다” 장애계 인사들은 너도나도 자조 섞인 반성을 시작으로 19대 의원들의 부족한 역량도 함께 꼬집었다.

장애인을 무시한 정치권에 보복을 할 것인지, 친장애계를 포섭할 것인지 의견이 갈렸던 이들은 현재로서는 친장애계 포섭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하반기 ‘활동보조 수가 동결’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직접 TF를 구성, 지속적으로 양 위원장과 소통하고 있으며, 유일한 장애인 비례대표인 새누리당 이종명 의원은 장애인단체들과 ‘장애인기본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의를 준비하는 중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장애계의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등에 적극적 참석하며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보조인 처우 개선 등을 강조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정중규 비상대책위원이 대구시립희망원 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당과 장애계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것으로 장애계의 역할이 끝이 아님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4년 뒤 다가올 21대 국회를 위한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시간이 닥쳐 몇 개월 만에 해낼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근해 미래지도자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특정단체가 아닌 장애계 전체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수많은 후보자들을 물리치고 당을 홀릴만한 매력을 지금부터 발굴해야 한다. 지역 내에서 인재로 꼽히는 중증장애인이 당당히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것도 함께 꿈꿔 본다. 장애계는 스스로 흑역사를 메우고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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